poly.m.ur

architecture

urbanism

16.08.2023

-

Fireplace of Jongdal

앞으로 10 년 이후를 준비하며 집 짓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시공사에 맡기지 않고 직접 지어서 그렇겠지만 도시에서의 일과 삶을 병행하며 지으려니 시간 자체를 내기가 거의 불가능해서이다. 그래도 짬짬이 시간을 내서 시골에 가면 마음이 편하고 푸근해진다. 어이없게 들릴 수도 있는데 현장을 정리하고 청소하다보면 땀은 많이 나도 정신적으로는 치유되는 느낌도 받는다. 도시에서 갖은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건 단순 노동을 수반한 짓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농사를 짓던, 나무를 기르던, 옷을 만들고 집을 짓는 과정 모두 지리한 노동이 수반된다. 이런 일에 시간을 많이 써도 이상하지 않던 시절엔 되려 요즘처럼 우울증 환자들이 많지도 않았고 자살율도 높지 않았다. 끊임없이 뜨개질을 하는 사람을 보며 그냥 사는 게 낫다며 혀를 끌끌 차지도 않았다. 단순하고 힘든 일은 죄다 남을 시키고 자본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일만 한다지만 결국 행복하지 않은 게 문제다.

30.07.2023

-

Moon Jar in Samcheong-dong

“달을 품은 건물을 설계해주세요.” 설계를 하다보면 간혹 엉뚱한 요청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너무 엉뚱해서 당황스럽다가도 그래 해보자 하고 하다보면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어이없고 긴 과정에서 기쁨과 행복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삼청동 탬버린즈 플래그쉽 스토어의 경우가 그렇다. 달항아리를 표현한 입면으로 해달라는 말도 안되는 요청에 난감했지만 어떻게든 접목해보려는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달항아리를 컨셉으로 내세운 대표적인 건물은 아모레 퍼시픽 용산사옥이다. 최근 건축의 노벨상인 프리츠커를 받은 데이비드 취퍼필드는 용산사옥을 설계하며 달 항아리를 떠올렸다고 한다. 형태는 정육면체에 가깝지만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밖으로 내밀어가는 모습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특히 백색의 루버들로 외부를 감싸면서 더 강조되었다. 탬버린스 삼청의 경우엔 조금 더 직접적이다. 마치 달항리를 품은 것처럼 가운데 공간을 둘러싸도록 했다. 허용된 용적률에서는 3 개층의 면적이 가능했지만 2,3층을 절반씩 나눠 4층 건물로 만들어 주변과 높이를 맞추고 비례도 고려했다. 전체적으로 짙은 회색의 벽돌톤으로 삼청동의 정체성을 살리되 위 아래로 열린 공간을 무대처럼 보이도록 했다. 작은 면적의 2,3층을 어떻게 사용할지 궁금했는데 정말 도시는 무대고 우리는 연기자다 라고 했던 알도로시의 말이 떠오른다.

15.07.2023

-

Constant Leakage Problem

그토록 방수를 했건만 또 샐 수도 있구나 싶다. 천천히 지으며 관찰할 시간이 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물이 또 어디로 흘러 문제를 만들었을까 싶다. 전문가라 자처하는 나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누수가 생기는데 일반인들은 오죽하랴. 심지어 방수를 안한 곳도 아니고 조심한다고 했던 곳인데도 이러니 요즘 같은 비에 물 새지 않는 집에 산다면 하늘에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이번엔 현관문 틀 하부에서 문제가 생겼다. 이미 문틀 설치 후에 시멘트 몰탈로 사춤을 했고 앞뒤로 우레탄 방수를 모두 마쳤는데 물이 샌다니 참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문틀과 사춤이 만나는 곳에 누수가 있는데 우레탄 방수까지 벗겨져 있다. 금속작업을 하면서 벗겨졌을까 싶었는데 문틀에 차 있는 물의 무게에 의한 압력으로 그렇게 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젠 외부에 마감을 다 마친 상태라 밖에서는 방수를 할 수도 없다. 그나마 내부 마감을 하지 않았기에 안에서 보수를 할 수 있다는게 천만 다행이다. 나중에 알았다면 이렇게 들어온 물이 바닥에 머물다 증발하면서 마감재에 곰팡이를 생기게 하거나 지하에 물이 떨어지거나 했을 거다. 이 경우엔 정말 대책이 없다. 바닥 마감재를 뜯어내서 온수 파이프까지 들어내고 보수를 하거나 지하에서 우레탄 인젝션을 쏘는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뭐 하나 간단하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이제 덜 괴롭히고 싶었는데 정호방수 이범남 대표님을 모셔야 할 때가 왔다.

05.07.2023

-

At the day when they move the pole

지난 1 년간의 노력 끝에 드디어 통신주를 옮기게됐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통신주를 대지 경계선 안에 설치해서 가능했던 일인데 도시와 달리 시골에선 어디가 경계선인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몇 번의 협의 끝에 통신주를 이설하고 초소속 광랜이라 불리는 몇 가닥 선까지 옮기니 일이 마무리되었다. 바닷가라 워낙 바람이 세서 통신주 하부엔 큰 추 같은 것까지 설치되었다. 통신주나 전봇대로 불리는 전주의 위치는 실로 중요하다. 주차 동선에 걸리지 않아야 하고 풍광을 바라보는 시선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지중으로 매설하지 않는 이상 이 모든 걸 만족시키는 위치를 찾기는 매우 힘들다. 집을 짓기도 전에 정확한 곳을 특정하기는 더욱 어렵다. 결국 집을 지으며 찾을 수 밖에 없는데 개인이 하기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밖에 없다.

01.07.2023

-

How to move this Telecommunication Pole in front of my house?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전망 좋은 창에 갑자기 전봇대나 통신주가 보인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종달리 건물 앞에 통신주가 있는 건 인지했지만 시선에 어느 정도 걸려있는 줄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런 경우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많은 건축주분들이 건물을 지을 때 집 앞에 있는 전봇대나 통신주를 옮기고 싶어 하신다. 아무래도 미관에도 좋지 않고 무엇보다 동네 쓰레기들이 모이기 쉬운 장소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결론은 옮기고 싶어도 옮길 수 없다. 대지경계선에 조금이라도 걸렸다면 가능하지만 공공 도로나 심지어 측구에 걸린 경우에도 이동은 불가능하다. 설치할 때 어필하지 않으면 더 이상 기회는 없다는 의미다. 참 가혹하지만 기반시설을 내 집 앞이라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말이 안되는 건 사실이다. 점점 밀도가 높아지고 여유공간이 없어지면서 예전보다 더 민감해졌는지도 모른다. 종달리의 경우엔 다행히 통신주가 대지경계선 내에 들어와있었다. 지속적으로 한국통신에 주지시키고 기왕이면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켜달라고 하는 건 가능하다. 결론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27.06.2023

-

Backfill Work at Jongdal

도시에 집을 지을 땐 주변 레벨에 대한 고려가 많이 필요없지만 주변이 경사지거나 나대지인 경우엔 다르다. 기준이 따로 없어 어디에 맞춰야할지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종달리의 경우에도 다행히 전면 도로가 있어서 기준이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과의 레벨 관계를 챙기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임야에 개발행위허가를 받아 집을 짓는 경우엔 특히 그렇다. 원래 상태대로 어느 정도 돌려놓는게 원칙인데 그렇다보니 대지의 높낮이가 더욱 중요하다. 레벨기로 체크해보니 1층의 바닥 높이와 제일 낮은 곳과의 차이가 거의 2미터가 난다. 이 정도면 정원에 높이차가 1미터 이상이 나는 경사지라는 의미인데 과연 괜찮을지 슬슬 걱정이 된다.

19.06.2023

-

Plumbing Joint on the Ground

집을 구경하다보면 화장실에서 간혹 정화조 냄새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집주인으로서는 상당히 스트레스가 생길만한 일이지만 원인을 모르니 답답해 할 뿐이다. 변기엔 물이 차 있고 타일과 만나는 부분은 꼼꼼하게 실리콘으로 잘 막아놨건만 도대체 어디서 냄새가 올라오는 것일까? 이유를 알아야 해결을 할텐데 모르니 답답할 뿐이다. 보통 화장실 변기에서 내려가는 오수와 세면대에서 내려가는 하수는 분리해서 배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추가로 빗물인 우수까지 내려가는 길까지 구분해야 한다. 물론 이 세가지 종류의 물들은 최종적으로 도로의 하수관에서 만나기는 한다. 배설물 처리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수만 정화조를 거치면 된다. 그런데 도시처럼 도로에 하수관이 없는 시골집들은 정화조로 하수를 같이 묶기도 한다. 예전에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던 하천에 방류하던 걸 집 내부에 정화조를 거쳐 처리하게 하면서 생긴 결과다. 이 하수관을 통해 오수 악취가 역류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변기를 타고 올라올 순 없지만 하수관 내부를 타고 화장실로 냄새가 올라오는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번에 부대토목 공사를 하며 좋은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 배관들이 모이는 점검구에 아주 간단한 장치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잠시 고이는 물을 이용해 역류를 방지하는 것이다. 왜 진작 이런 제품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08.06.2023

-

FRP Septic Tank

설계할 때 정화조를 구겨넣듯 한구석 공간을 겨우 찾아 FRP 정화조라고 적어넣었었는데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턱이 없었다. 한남용 빌딩과 신사블루스 건물은 모두 콘크리트로 따로 방을 만들어 정화조로 쓰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이번에 직접 주문하고 납품 받아 설치까지 해보니 이것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원리로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많이들 FRP면 가벼울 수도 있다고 생각할텐데 장비 없으면 들 수 없을 정도로 일단 무겁다. 밖은 조금 허술해보이지만 내부엔 방이 세 계로 정확히 나뉘어 있어 침투, 정화, 배수의 과정을 거쳐 밖으로 나가게 된다. 건축은 첨단기술(High Tech)와 성숙된 기술(Low Tech)의 만남이라고 했던가. 하필 화장실 오물을 처리하는 정화조이긴 하지만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펴보면 위 문구를 되새기게 한다. 예전에 초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방을 넘어가며 물이 정화된다고 설명을 해주실 땐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그야말로 중력을 이용해 오물이 가라앉고 깨끗한 물이 떠오르는 원리를 이용한다. 화장실 변기에서 수돗물과 섞여 어느 정도 희석된 물이 첫번째 방으로 내려오면 시간이 지나면서 무게에 따라 분리가 된다. 그나마 가장 맑은 물이 제일 위로 떠오르면 두 번째 방으로 넘어간다. 똑같은 원리로 거기서 가장 덜 오염된 물만 세번째 방으로 흘러든다. 이 과정을 세 번 거치면 나중엔 물고기들이 살 수 있을 정도의 물이 나온다고 배우긴 했는데 실은 그 정도는 아니고 하수도로 흘려보낼 수 있을 만큼은 된다. 일년에 한번씩 하는 정화조 청소는 첫번째 방에 남겨진 가장 무거운 오물을 가져가는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주의할 것은 우리가 무심코 변기에 버리는 여러가지 이물질들 중에 기름 성분은 주의해야 한다. 액체를 굳게 함으로써 중력을 이용한 이 과정 전체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31.05.2023

-

Excretory Organs of Building

건물은 신체에 자주 비유되곤 한다. 골조(skeleton)는 뼈대, 파사드(face)는 얼굴, 수명 등이다. 전기나 가스 같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지하수나 상수도로 끌어온 물을 사용한 후엔 외부에 배출하는 체계가 상당히 유사하다. 건물의 허파가 열회수장치나 에어컨 등 공조기라면 창자에 해당하는 곳은 어딜까? 특히 세면대에서 쓰는 물은 그나마 깨끗해 하수라고 불리지만 음식점에서 약간의 기름이 섞인 물이나 화장실의 변기에서 내려간 물은 그야말로 오염이 된 오수라고 불린다. 도대체 이 오수가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뭐 그다지 알아야할 이유도 없는데 본인 집을 관리하고 있다면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만일 정화조에서 물이 역류하거나 악취라도 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원리를 알아야 대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남동 지하에도 음식점에서 내려오는 물을 처리하는 패키지 시스템이 있다. 1층 레벨이 도로보다 낮아서 부엌에서 사용한 물이 바로 도로의 하수도로 배출될 수가 없음으로써 생기는 문제를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인지하지 못했다. 시공하면서는 왜 알려주지 않았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안알려줬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쨋든 나중에 하필이면 치킨집으로 사용하며 큰 고난을 겪으면서 이 모든 걸 배우게 됐다. 치킨집에서 쓰는 기름은 당연히 분리해서 배출하지만 접시에 남은 약간의 기름과 파우더는 당연히 설걷이 물에 섞여 나올 수 밖에 없다. 이것들이 그냥 집수정에 모이면 부패하게 되는데 화장실 변기를 위한 패키지 시스템마저 초토화시키면서 그야말로 해결불가가 되었다. 당시에도 스스로 설비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분이 치킨집 배관을 맡았는데 그 자부심 많던 분도 알고 있긴 했는지 모르겠다. 어쨋든 그 후로 설치한 이 패키지는 건물의 창자다. 약간의 기름이 내려와도 가끔 휘휘 저어주는 시설이 있어 굳지 않도록 만든다. 당연히 어느 정도 차면 펌프가 위로 밀어올려서 외부의 하수로 배출할 수 있게 한다. 만일 여기에 암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건물은 알면 알수록 사람과 닮았다.

13.05.2023

-

Backfill work at Jongdal at last

제주에 집을 짓기 시작한지 일년 반만에 주변 되메우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도시를 떠나 한 지역에 정착을 준비한다는 게 이렇게도 지난한 일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집을 짓는 것은 일부분일 뿐 정작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결국 집이란 물리적인 실체에 삶과 자연까지 합해져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말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건물 주변으로 파이프를 매설하고 주차장 자리를 확인하고 정화조를 묻음으로써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배설기관이 완성되었다고 봐야겠네요. 앞으로 많은 일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주변이 정리되니 한층 집에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15.04.2023

-

Combat Boots on Site

드라마 미생에 여러 명장면들이 있지만 주인공이 현장의 전투화로 골랐던 사무실 슬리퍼가 기억에 남는다. 영국에서 일할 땐 사무실에서 슬리퍼 신는 게 일반적이진 않았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선 나조차도 사무실에서 슬리퍼를 많이 신는다. 드라마 주인공이 이 실내화를 현장의 전투화로 골랐을 땐 무릎을 탁 쳤다. 심지어 코를 대고 킁킁 거릴 땐 그 냄새가 느껴지는 거 같았다. 그 전투화가 건축 현장에선 바로 안전화다. 신사블루스 현장부터 종달리까지 현장에서 입던 작업복은 바뀔지언정 안전화는 바뀌지 않았다. 처음엔 좀 커서 불편했던 거 같은데 이젠 그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로 발에 맞는 느낌이다. 신사블루스를 마치면 꼭 하나 스스로에게 하나 새로 사주고 싶었는데 게을러서인지 성격이 궁상맞아서인지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항상 같이 하는 동료 같은 안전화다. 수없이 여러번 비계를 타고 내리고 콘크리트 타설할 때 슬라브에 빠지기도 하고 심지어 2 미터 높이 비계에서 떨어졌을 때조차 늘 함께 헀다.
지난 겨울 크리스마스에 종달리 창호 주변에 방수 쉬트를 붙일 때 밖에는 눈보라가 치고 주위에 아무도 없어 무섭고 두려웠지만 그때도 같이 있었다. 이젠 나이를 속일 수 없는지 별거 아닌거에 감상적이어서 그렇겠지만 안전화가 참 고맙다.

31.03.2023

-

Who is the culprit?

외부 스토에 색 차이가 확연이 나서 찾아보니 이 세 분 중 하나였던 것이 밝혀졌다. 이런 용도로 쓰려고 했던 건 아니었고 향후에 영상 제작을 위해 설치했던 고프로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혀버렸다. 세 분이 동시에 스토로 러프 10 작업을 하셨는데 반장님이셨던 분 작업 구간에서 색 차이가 생겨버린 것이다. 평소에 앞이 잘 안보이실 정도로 눈이 좋지 않으신데 아마 비계 위를 타고 칠하다보니 다른 부분과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신 거 같다. 문제는 비계를 해체하니 너무 분명해져버린 건데 앞으로 어떻게 수정할 수 있느냐다. 스토는 독일제품으로 내구성이 좋은 걸로 알려져있지만 결국 색은 페인트를 몰탈에 섞어서 나오기 때문에 한번 이색이 지면 결국 덧칠로 해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젠 비계도 없는 상태에서 사다리를 타고 수정을 해야한다는 것인지 의문인데 일단 스토 판매한 사장님은 할 수 있다고 하니 믿어봐야겠지만 의구심을 감출 수는 없다. 외단열에 스토로 마감한 그 많은 건물을 가봤지만 이렇게 이색이 지고 백화 현상이 생기는 건물을 본 적이 없건만 이번에 여러모로 배우는 점이 많아서 좋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참으로 고통스러운 교훈이 되고 있다.

15.03.2023

-

Efflorescence Problem of Rough 10 in Jongdal

바닷가에 짓는 집은 여러모로 난해하다. 외벽에 스토 마감을 했는데 백화가 군데군데 피어오르는 건 어떤 이유일까? 혹시 바탕 미장을 했으면 모르겠지만 콘크리트 벽에 우레탄으로 외부방수를 둘렀을 뿐이다. 그 위에 메쉬를 감고 스토 미장을 했을 뿐인데 이유를 모르겠다. 소위 수지미장이라고 하는 초벌로 시멘트와 레미탈, 모레를 약간 섞어서 바탕면을 고르게 하면 백화가 피어오를 수 있다고들 한다. 개인적으로 동의하지만 종달 프로젝트의 경우엔 바탕 미장이 없다. 오히려 물이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우레탄 방수까지 했으니 콘크리트의 성분조차 스토와 섞이지 못한다. 그렇다면 염분이 섞인 바닷 바람의 영향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시공 직후에 덜 마른 상태에서 바다에서 몰려오는 바람이 많이 불거나 하면 스토 표면에서 화학작용으로 그럴 수도 있으리라 본다. 특히 외부 카메라 설치를 위한 박스 주변에 생기는 걸 보면 이 추측은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사진처럼 벽 한가운데 피어오르는 백화는 어떻게 봐야할까? 너무 방수가 잘 돼서 바탕에서 흡수를 못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이건 하자일까 아닐까? 일반 건축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클레임을 걸 수 있는 사항이지만 직접 공사를 하는 경우엔 누구 잘못인지도 따지기가 어렵다. 스토는 자체 하자가 아니라고 할게 뻔한데 그렇다고 다른 공정을 특정할 수도 없다. 이럴 경우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25.02.2023

-

Lighting E…rror

외부비계를 해체하기 전에 챙겨야하는 마지막 공정이 바로 후레싱 하부에 등을 설치하는 작업이다. 가로등 하나 없어 어두운 주변을 밝혀줄 등을 설치해야 하는데 지상에서 5미터 정도에 위치해 있어 비계는 반드시 필요했다. 그런데 두 분이 하루 종일 원의 둘레 총 40미터에 외부등을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한 후 전등 오류 하나가 발견됐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지만 그 수많은 LED 전구 중에 하나라 뭐라 하기도 곤란하다. 코르텐으로 만든 후레싱 하부에 LED 등을 설치하는 과정은 참 어렵다. 일단 재료를 구입해야하는데 외부등이 제각각이라 내구성을 장담하기 힘들다. 저렴하게도 할 수 있지만 결국 1~2년 내에 수명을 다 하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미터 당 10만원이 넘는 자재를 구입하는 이유다. 신사블루스 건물에서 사용했던 대만제품은 내구성도 좋고 밝기도 훌륭하지만 그동안 가격이 두 배로 뛰어서 이젠 사용할 수 없다. 대체품으로 사용한 등은 상하좌우로 구부러져서 곡선에 맞춰 설치하기 편하지만 너무 유연한 만큼 파손되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하루 두 분 인건비가 70만원인데 이걸 다시 설치하려면 제주시에서도 한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와야해서 동일한 금액이 들텐데 여러모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17.02.2023

-

Power of Taping

건축현장에서 쓰이는 기술은 참 단순하다 못해 누구나 할 수 있어 보인다. 저걸 위해 이렇게 많은 비용을 내야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에는 수백년 아니 수천년동안 축적된 노하우가 있다. 그래서 쉬워보여도 지켜야 하는 룰을 따르지 않으면 의미없게 되버린다. 그 중 하나가 보양 과정이다. 골조공사 후 대부분의 마감엔 보양이 필요하다. 선행한 공정에서 된 일을 망치지 않고 후속공정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창호주변 방수를 위해 마스킹 테이프(아마 3M 제품명에서 유래한 듯)를 붙일 때 꼭 창호 일부를 물려야 한다. 정호방수 이범남 사장님이 서울에서 오시기 전에 미리 테이핑을 다 해두었지만 다시 해야했다. 문제는 창호에 방수재가 묻지 않도록 정확히 경계선을 따라 한 것이었다. 누수는 결국 조인트 즉 이음부에서 생기는데 경계선을 빼고 방수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결국 테이프를 전부 떼고 다시 5mm 정도 창호를 물려서 방수가 되도록 했다. 그래야 효과가 있지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게 정호방수 사장님의 말씀이다. 추가로 방수 작업 후에는 하루만 놔두고 바로 다음날 보양 테이프를 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눌러 붙어서 칼로 일일이 잘라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10.02.2023

-

Community at SinsaBlues

오랜만에 찾은 신사블루스 2층 곤트란쉐리에 카페에서 제일 좋아하는 자리다. 엘리베이터 바로 앞이라 사람들이 잘 앉지는 않지만 일요일 오전 덜 북적이는 시간에는 혼자 있기에 제격이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점이 생긴다. 흡연을 안하는 나로선 담배 피우는 분들이 항상 많은 대화를 나누는 걸 보면 신기하다. 발렛 실장님과 작년부터 보이는 친구분, 그 앞 타로점 사장님까지 저렇게 할 얘기가 많을까. 건축은 모이기위해서 존재한다지만 과연 그럴까 싶을 때가 많은데 담배는 반대인 거 같다. 건강에도 해롭고 좋을 게 없는데 저렇게 서로 소통하는 걸 보면 건축보다 더 효과적인 것 같기도 하다.

03.02.2023

-

Bird’s House

현장 바닥에 떨어진게 뭔가 하고 봤더니 새의 배설물이다. 아직 사람이 살기엔 부족하지만 새의 집이 되기엔 충분한가보다. 아마 여기를 찾는 새들에겐 내가 이방인이겠구나. 하긴 눈바람 센 날엔 여기만큼 피하기 좋은 곳이 있을까? 아마 인류가 처음 두려운 자연에 지푸라기들을 엮어 집을 지었을 때도 마찬가지였겠지.

25.01.2023

-

Exterior Insulation Problem

외단열이 건물 단열엔 정말 좋은데 나중에 붙이면 콘크리트와 공기층이 생겨 무의미하게 된다. 그래서 되도록 콘크리트 타설시에 미리 단열재를 부착해서 최대한 공극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그런데 그 단열재 두께가 150mm를 넘어가면서 콘크리트 벽 두께와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특히 종달리처럼 내단열과 외단열이 교차되는 곳에서 생기는 조인트는 누수에 취약부가 된다.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 얘기긴 하지만 단열재 안쪽으로 콘크리트가 덜 채워진 부분에서 물이 샌다는 얘기도 하신다. 하지만 향후에 붙이는 단열재는 정말 믿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떡밥? 들을 많이 해서 한다지만 떨어지지 않을 정도니 완전히 부착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눈비 바람이 센 곳에서 남아나기는 할까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단열재와 콘크리트, 벽돌벽이 서로 만나면서 생기는 이음부위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누수가 없을까?

19.01.2023

-

Arcthiect’s Self-House

항상 의뢰인의 요청으로 집을 설계하고 감리하는 건축가가 스스로를 위해 지은 집은 과연 어떤 곳일까? 특히 직접 짓는 집이라면 더욱 궁금증을 증폭할 것이다. 현재 일년 넘도록 몸소 실천 중이지만 아직 완공은 요원하기만 하다. 아직도 배운다는 표현이 자신없는 스스로를 포장하는 단어로 들리긴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그렇게 오랫동안 노력하고 공부했건만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로부터 직접 듣는 얘기는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보다 훨씬 더 정확하다. 환경을 잘 모르고 설계하고 짓는 경우가 태반인데 직접 몸소 시공하면 집이 어떻게 주변과 대화해야하는지를 알게된다. 삼다도 제주에 바람이 많다지만 몸소 경험하기 전엔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렇게 아름다운 바닷가엔 왜 그렇게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는지 아니 현재도 그런지 알게 된다. 심지어 동네분들조차 현장 바람이 세다고 하는 걸 보면 얼마나 심한지 짐작이 조금 될지 모르겠다. 형태는 주변 환경에 조건반응이라고 하는데 땅에 놓인 잠수함이 더 잘 어울릴 정도로 비바람이 센 곳에 원통은 제격이다.

03.01.2023

-

Extreme Waterproofing

제주는 눈이 내리면 바람이 같이 분다. 최근에도 항공편이 끊겨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일기예보는 이미 미리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갇히는가 하면 바람에 대한 예보를 자세히 보지 않는데 내륙엔 눈이 내리면 내렸지 강풍까지 동반하진 않기 때문이다. 눈비가 올 땐 강한 바람을 동반한다는 사실은 제주 건축에 큰 영향을 끼친다. 수직으로 비가 내리는게 아니라 수평으로 때릴 뿐만 아니라 심지어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기도 한다. 심지어 강풍까지 동반하므로 고압살수기로 마구 뿌려대는 것과 같은 효과다. 특히 종달리처럼 바람이 센 곳에서는 두 말할 것도 없을 정도다. 이미 몇 번 강조했지만 창 주변은 취약부다. 이런 저런 방법을 동원해봤지만 역시 정호방수 사장님께 의지할 수밖에 없다. 아침 6시 비행기로 출발해 8시반 현장 도착 오후 5시 반까지 내내 해도 하루에 마치지 못한다. 저녁을 종달리 게스트하우스에서 보내고 다음날까지 꼬박 해서 창 주변을 안팎으로 우레탄 실런트 시공을 마쳤다. 비오는 날 두고 봐야겠지만 이제는 마지막 카드까지 모두 써버린 느낌이다.

31.12.2022

-

Layers of Blocking Leakage

외부 수영장 바닥에 쌀쌀한 날에도 바닥만큼은 따뜻하게 하기 위해 미리 묻어둔 온수파이프 주변을 뜯어보니 그동안 분주하게 움직이며 방수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기존 골조벽에 파이프를 매설해 온수파이프를 묻고 주변은 우레탄 실런트로 충분히 채웠다. 콘크리트 면은 우레탄으로 풀장 바닥과 일체화해서 방수 시공 후에 단열을 위해 경질우레탄 뿜칠을 했다. 그 앞으로 벽돌을 쌓고 보호용 미장까지 했으니 총 5 겹의 방수 공정을 밟은 것이다. 그런데 물이란게 참 무섭고도 희한하다. 파이프 주변을 타고 내부로 들어온 것이다. 아마도 파이프의 높이가 실내와 실외가 같거나 오히려 높아서 플라스틱 재질의 엑셀 파이프 주변으로 물이 타고 들어오기 좋았을 거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물샐 틈 없이 시공을 했건만 어쨋든 누수는 생기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버린다. 벽돌을 뜯고 엑셀파이프를 아래로 최대한 내리고 우레탄 실런트로 충진하고 다시 벽돌 쌓고 미장까지 해봐야 한다. 결과는 어떨지 아무도 모른다. 방수는 참 어렵다.

15.12.2022

-

DIY Sealant

창호 주변의 누수는 집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바닥으로 샌 물은 기포콘크리트나 단열재 위에 온수 파이프를 깔고 몰탈로 덮어버리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 기포콘크리트는 온돌의 열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하지만 물이 샜을 경우 바닥에 더 넓게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목재로 마감한 바닥에 곰팡이가 피는 이유도 결로나 누수로 새어들어온 물이 바닥 밑에 퍼져있다 나갈 곳을 지 못하고 증발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특히 지하가 있는 경우엔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지하 천정에서 물이 새는데 도대체 어디서 들어오는지 모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게 창호 주변의 누수 문제다. 바닥 마감을 한 후엔 다 뜯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한 가지밖에 없는 게 더 문제다. 방수를 무조건 잘 해야 한다. 이번엔 목조 주택에 흔히 쓰이는 이지씰이라고 불리는 소위 시트 방수재를 창호주변에 붙이기로 했다. 잘 말린 표면에 붙이고 열로 녹이기까지 해야하는데 누구에게 맡기기가 불안해서 손수 했다. 창호와 구조체 사이에 몰탈로 사춤한 부분을 꼼꼼히 막았으니 물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안된다면 옥상에 방수하듯이 우레탄으로 두르는 수밖엔 남는 해결책은 없다.

12.12.2022

-

Tears

우리가 창호는 잘 만드는지 몰라도 그 주변에 대한 처리는 정말 아쉬운 점이 많다. 창호에서만 누수가 없으면 뭐하나. 그 주변 처리가 부실해 누수 문제가 만연한 걸. 제주에서는 비바람이 심하고 방향도 가늠할 수 없어 외부에서 창호 주변에 방수재를 섞은 시멘트몰탈로 미장 사춤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울에서는 우레탄폼으로 주변을 채우고 실리콘 코킹을 하고 말지만 말이다. 그런데 살수기로 물을 미리 뿌려보니 내부에 물이 줄줄 샌다. 이 정도론 충분하지 않고 결국 방수시트를 창호 주변에 붙여야 한다는 의미인데 노출콘크리트인 경우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한단 말일까? 아름다우면서도 쾌적한 집의 첫번째 조건인 누수 없는 집을 만들기가 이렇게 어려운 걸까.

12.12.2022

-

Simulation

집은 결국 아름다움과 성능의 싸움이 아닐까? 꼭 예쁘진 않더라도 아름다울 순 있다. 미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 안새고 겨울에 따뜻한 집을 원치 않는 사람은 없다. 건축은 애초부터 자연으로부터 은신처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 바람 많은 제주에 비 새지 않는 집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모른다. 밖은 원형으로 둘러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외부에 직접적으로 면하는 창은 줄였다. 지붕은 경사로 해서 물이 잘 흘러내리게 하고 콘크리트 타설 때 두 명의 미장공을 따로 불러 표면을 미장해서 눌러줬다. 그 위에 우레탄 방수를 두텁게 하고 징크 지붕재를 덮기 전에 쉬트 방수로 또 한번의 방어막을 쳤다. 총 6~7 회의 방어선을 구축했지만 여전히 제주 바람과 함께 내리는 비는 무섭다. 새벽 5시부터 혼자 낑낑대고 고압살수기를 끌고 나와 가상의 비바람으로 지붕과 특히 천창의 누수를 테스트했다. 상당히 긴장된 시간이었지만 다행히 누수는 없었다. 특히 천창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미리 신경써서 만들어둔 콘크리트 턱과 방수, 벨룩스 창호, 징크 지붕 덕분에 비가 새지 않는다. 이 당연한 사실에 기뻐하는 게 참 부끄럽지만 그만큼 아름다움과 성능은 같이 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한번 더 깨닫게 된다.

01.12.2022

-

Over Eat

물은 안팎으로 문제다. 이번엔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그래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애초에 후레싱을 코르텐으로 만든게 문제겠지만 앞으로 15센치나 앞으로 내밀고 외벽과 미장을 해서 물이 떨어져도 표면을 흐르지 않게 했건만 다 소용이 없다. 이렇게 바닷 바람엔 장사가 없을 줄이야. 바람 없이 비가 내리는 환경이라면 물이 수직으로 흘러내리겠지만 바람이 센 제주에선 비가 옆으로 치면서 표면을 흐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정도일 줄 예상을 했었다면 외부 색을 더 진하게 하거나 안보이게 물길을 만들어줬을텐데 이건 정말 자존심에 금이 갈 정도로 타격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딱히 해결책이 없다는 건데 일년에 몇 번씩 페인트 칠할 걸 생각하니 눈 앞이 깜깜하다. 결국 건축은 환경에 순응해야 하나보다.

26.11.2022

-

Where Are my Flasings?

천창을 설치하고 그렇게 누누이 얘기를 드렸건만 주변에 정성스럽게 설치했던 후레싱들은 현장 한구석에 버려져있다. 바닷 바람에 누수 위험이 많이 곳이건만 이렇게 후레싱 없이 징크를 접어서 넣는 것만으로도 충분한지 모르겠다. 다행히 몇 차례 왔던 비에 아직 누수된 적은 없지만 여름에 태풍이라도 온다면 괜찮을지 알 수 없다. 징크지붕 사장님은 원래 이렇게 하는 거라 하시지만 왜들 알아서들 하시는 게 이리 많은지, 애매한 건 확인을 서로 하고 하는게 좋으련만 왜 그렇게 하시지 않는지, 비가 안새면 괜찮고 새면 잘못된 시공이 되는 현실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나조차도 이런 고민을 하는데 일반 소비자들은 시공 과정에 대해 얼마나 의문이 많고 걱정이 많을까?

09.11.2022

-

Rough 10

종달리 주택의 외부 마감재를 어떻게 할지 고민을 오래했는데 결론은 스토 러프10이다. 스토는 일종의 드라이비트 계열인데 독일 수입품이다. 무조건 수입이 좋은 건 아니지만 외단열 미장에 대한 역사가 길어서인지 여러모로 좋다고 정평이 나있다. 미국산 스터코, 우리나라 테라코보다 어떻게 좋은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 부분은 아직 정보 수집 중인데 충격적인 사실은 실제로 일하시는 분들께 여쭤보면 큰 차이가 없다는 거다. 과연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격 차는 거의 두배가 나는데 별반 다를바 없다니 그대로 믿어야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지난 십 년간 같이 협업했던 사장님 의견으로는 당연히 스토가 훌륭하고 실제로 도심에 있는 외단열 미장마감된 건물들을 보면 스토는 내구성 면에서 뛰어난 게 사실이다. 아마 로투스란 특별한 기술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연잎효과라고 비가 오면 방울방울로 모아 밑으로 떨어뜨리는 효과다. 어쨋든 이 일종의 외부 미장재를 예전엔 매우 곱게 펴서 부드러운 느낌을 냈다면 요샌 거친 마감이 유행이어서인지 아주 끈적하게 해서 두텁게 마감하는 경향이다. 예전에 집탐구에서도 본 적이 있긴한데 제주와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은 몰랐다. 원래는 종석뜯기란 마감을 생각했지만 워낙 고가라 포기했다. 사장님이 제주 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로 서울에서 일을 하시기에 너무 부담스러워 하셔서 알겠다고 했다. 종석이 포함된 미장을 전체적으로 한 후에 시멘트 몰탈을 군데군데 뜯어내면 두어 해 전에 완공된 제네시스 매장 표면처럼 된다. 그런데 생각보다 공사비가 세다. 1제곱미터 당 십만원에서 십오만원으로 일반 주택에서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차선책으로 스토 러프10을 선택했는데 코르텐과 너무 찰떡궁합이다. 전체적인 느낌도 제주와 아주 잘 맞는다.

06.11.2022

-

Skylight Installation

천창 공사가 어렵고 까다로운 줄 알았지만 이렇게 헷갈릴 지는 몰랐다. 미리 콘크리트 턱을 만드는 것이 정석이건만 지붕공사하는 분들은 하지 철물하면서 다 잘라버리라고 한다. 방수 얘기를 하면 합판 위에 쉬트 방수재를 붙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댄다. 실상은 합판을 붙일 때 걸릴까봐지 물이 새는 걸 걱정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어짜피 이 집에 물이 샌들 본인들이 올리는 없을테고 고생은 집주인들이 할테니까. 좀 시니컬하지만 사실이다. 그래서 하루 일당 30만원 목수님을 모셨다. 높이가 맞지 않는 턱을 엄청난 가루 먼지를 드셔가며 그라인더로 갈아내고 기성 천창의 크기에 정확히 맞도록 미리 합판을 끼웠다. 콘크리트 턱을 살려야 혹시나 지붕 슬라브로 물이 샐 때 턱 주변으로 흘러가게 하기 위함이다. 정말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턱 주변엔 미리 우레탄 방수로 보강을 해뒀음은 물론이다. 금속지붕공사에서 합판으로 덮고 위에 쉬트방수를 한 후에 다시 목수님이 오셔서 개구부를 정확히 뚫고 창호를 설치해야 한다. 주변에 후레싱 및 보강 방수를 이중삼중으로 해야 겨우 안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창호 태양광으로 충전해서 리모콘으로 열리게 되어있는데 겁나서 아직 열어보질 못했다. 혹시나 작동 안하면 어떻게 손을 봐야할까. 벨룩스 본사인 유럽으로 보내야 하나?

28.10.2022

-

My Fault

전기 파이프가 골조벽에 오랫동안 붙어있었는데 누군가 알아서 챙기겠거니 했었다. 집 짓는 사람이 당연히 알고 챙겼어야 했는데 신경쓸 일이 많다보니 놓쳤다는 건 핑계다. 외부 조명을 위해서 전기 업체에서 열심히 매립해준 배관을 후레싱 공사할 때 모서리에서 나오도록 했어야했는데 이미 너무 늦었다. 전기 업체는 금속에 구멍을 낼 수 없다고 전기선을 그냥 노출해서 가자는 속터지는 얘길 한다. 이 집을 어떻게 짓고 있는데 비바람 치는 제주에서 외부에 전기선을 노출해서 가자는 얘기가 나오는지. 다들 전기에서 해야할 일이라고 하는데 그 멀리 한시간 반을 운전해서 와도 하기 힘든 건 힘든거다. 결국 엄한 설비 소장님께 부탁을 드려 구멍을 내고 전기 파이프를 겨우 옮겼다. 이 모든 건 내 불찰이다.

25.10.2022

-

Watch out Man!

지붕의 최종 마무리 금속 지붕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바닥에 각파이프로 그리드를 만들고 그 위에 합판을 덮고 방수를 마쳐야 한다. 도색을 한 컬러강판으로 지붕을 덮으면 그 자체가 비를 막아주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누수를 위해 방수를 하는 것이다. 애초부터 지역에서 하는 지붕공사에 큰 신뢰를 하진 않았기 때문에 미리 콘크리트 슬라브 위에 우레탄 방수를 해놓긴 했지만 지붕공사하는 분들 또 훈수두길 좋아한다. 징크 지붕공사를 하며 하는데 미리 방수 할 필요 없었다, 우레탄 방수는 미끄러워서 작업하기 어려운데 다른 공법을 적용했어야 했었다, 혹시 필요하면 자기네들도 방수 공사도 한다 등. 항상 하러 온 일보다는 다른 일에 관심 많은 우리 반장님들 중에 특히 이 세 분은 주목했으면 한다. 원래 지붕공사를 계약한 곳에서 일이 많다고 하청에 재하청을 줘서 오신 분들인데 받는 돈보다 그 놈의 품이 더 들어갔다고 난리다. 금속 지붕재를 씌우기 전에 가장 중요한 쉬트방수를 하면서 해놓은 결과물이 참 가관이다. 쉬트방수의 기본은 아래서부터 붙여올라가는 것이건만 군데군데 정말 말도 안되게 해놓은 곳이 많다. 특히 가장 취약한 굴뚝 주변은 더 문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데 방수재가 물고기 비늘처럼 아래쪽으로 덮어주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랴. 점심 전에 마치겠다고 초등학생보다도 못한 일을 해놓고 가버렸다. 제대로 된 회사에 계약을 했는데 엄한 사람들이 와서 일하는 것도 화나는데 결과물이 이러니 어쩌랴. 나조차도 이렇게 당하니 집 짓겠다는 일반분들은 어떨까 싶다.

15.10.2022

-

Crack

콘크리트 면 위에 시멘트 미장을 얇게 바르면 마른 논 바닥처럼 금이 가기 쉽다. 두 재료의 수축팽창을 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바닥에 시멘트몰탈로 소위 방통 공사를 해도 두께가 얇으면 사방으로 금이 가게 마련인데 벽은 오죽할까? 그런데 제주에 와서 미장하시는 사장님을 만나며 이런 지식이 틀렸나? 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바탕처리를 잘 하고 미장을 하면 1cm 두께도 괜찮다는 거다. 한번 해봤는데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아직은 괜찮아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비결이 있긴 하겠지만 미장은 미장인데 했던 나름 신선했다. 그런데 이번에 골조벽과 후레싱 철판 사이에 사춤과 미장을 하면서 조금 실망하는 일이 생겼다. 2_3cm 정도 벌어진 틈을 시멘트몰탈로 메우고 표면에 소위 수지미장을 하는 작업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골조벽이 있는 부분과 사춤 사이에 크랙이 가버린 것이다. 미장을 하셨던 사장님도 살짝 당황하셨는지 금을 다 파내고 다시 메우면 괜찮다고 하시는데 역시 건축은 사람이 하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몇 십 년을 같은 일을 반복해서 다 아시는 것 같아도 막상 해보면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게 건축이 아닌가 싶다. 30 년을 공부하고 설계하며 시공까지도 해본 나도 이렇게 매일매일 배우며 하고 있는데 일반 소비자들은 집을 처음 지으며 얼마나 당황할까 싶다. 요새 집을 보러 가서도 인사말처럼 건내는 말이 있다. 집 지으면서 십 년 늙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12.10.2022

-

Silicon Again

08.10.2022

-

Everysolution

건물이 복잡해질수록 방수에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인다. 건축가들이 지었던 수많은 건물 중에서 아름다울수록 더 물이 새기 쉽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깨닫지 못하는 거 같다. 건물 짓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게 방수공사이건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예를 들면 표면에 물기가 다 말라야 방수를 할 수 있는데 청소해서 잘 말리고도 비가 한번 오고 나면 며칠을 또 기다려야 한다. 빠듯한 공정에서 방수를 위해 며칠을 기다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면 그냥 해버리거나 지나치거나 해버린다. 건축주도 감리도 상주가 아닌 이상 표면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알기는 어렵다. 방수를 잘 해서 칭찬이라도 들으면 더 열심히 할텐데 비 안새는 건 당연한 일이니 누가 딱히 그럴 사람도 없다. 시공하는 사람 입장에선 시간에 늦는다고 혼은 나도 물 새기 전엔 방수 잘했다고 칭찬하는 사람은 없으니 생략하기 쉬운 것이다. 종달리 주택도 방수만큼은 씨앤오가 아끼는 정호방수 대표님을 모셔다 시공을 했다. 시간과 돈, 노력은 들었지만 징크처럼 후속 공정이 부실하게 해도 견딜만큼 자신이 있다. 그런데 내부와 외부가 접하는 원형창이 제일 문제다. 물이 타고 들어오기도 쉽지만 창호를 후레싱 위에 태운다니 더 걱정이다. 결국은 실리콘 코킹에 의존해야 하는데 그게 방수일리가 없다. 왜 우린 이리도 실리콘을 좋아하는 걸까?

29.09.2022

-

still under construction

착공한지 11달이 되었다.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도대체 언제되느냐고. 대답할 때마다 올봄에 있었던 레미콘 파업이 석달이었단 걸 강조한다. 바람이 센 제주에서도 가장 심하다는 우도 앞 종달리는 겨울에 외부일을 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북서풍이 불어닥친다. 여름엔 너무 더워서 가만히 서있기도 힘들다. 결국 봄과 가을에 일을 많이 해야하는데 봄을 아무 일 않고 날렸으니 완공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차라리 늦어진 편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살기 위해 집을 짓지만 짓는 것이 바로 사는 것이다 라고 철학자 하이데거는 얘기했다. 무슨 말인지 다 이해하진 못하지만 느낌적인 느낌으로 내 상황에 맞게 이해하자면 이 집을 지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할까? 도시에서 평생 살다 죽고 싶진 않은데 정작 시골에 와서 살자니 두렵다. 동네 분들처럼 농사를 지을 수도, 물고기를 낚을 수도, 장비를 다룰 수도 없는데 전원생활을 할 수는 있을까? 사무실을 옮겨오자니 누가 따라올까도 싶고 과연 일이 있기나 할까 싶다. 살기 위해 짓지만 짓는 것이 바로 사는 것이다.

24.09.2022

-

Rust vs. Corten

바닷가에 짓는 집이라 주변에서 녹에 대한 염려와 우려를 많이 해주셨다. 알루미늄이건 스테인레스건 할 것 없이 모두 녹이 나버린다는 거다. 바닷가라 해풍에 왠만한 금속은 쉽게 녹슨다. 예를 들면 컨테이너 사무실 문고리가 스테인레스로 만들어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삭기 시작한다고 하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거다. 아무리 덜 써도 금속을 아예 안쓸 수는 없고 대안이 뭐가 있을까? 티타늄 같은 재료를 쓰면 좋겠지만 워낙 고가라 엄두가 안난다. 혹시나 포스코 같은 회사에서 지원을 받아볼 순 없을까 하고 알아봤지만 크게 관심을 보이진 않았다. 스테인레스도 좋은 대안이지만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미러 폴뤼시처럼 그 자체로 마감이 되지 않을 바에야 결국은 페인트로 마감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한참의 고민 끝에 내놓은 방법은 바로 코르텐이다. 녹은 녹으로 이겨보자는 관점인데 어짜피 나야한다면 그 자체를 드러낼 순 없을까? 이미 많이 사용하고 있는 코르텐 강을 적용해보는 거다. 그래도 나중에 녹물이 줄줄 떨어지진 않을지 걱정했지만 일차로 적용해본 후레싱은 대만족이다. 물론 녹이 나지만 그 색이 참 아름답다. 주황색도 아니고 붉은색도 아닌 푸른 바다와 참 잘 어울리는 색이다.

19.09.2022

-

Fume

우린 소위 온돌 민족이라고 불리곤 한다. 그만큼 추운 겨울에 방바닥을 데워서 난방을 해왔단 의미다. 그 역사가 얼마나 긴 지 잘 모르지만 산이 많은 지형에서 나무 또한 다른 자원에 비해 비교적 많았을 거라 예상한다면 구들만큼 유용한 방식은 없었을 것이다. 우린 또 일석이조를 좋아하는 민족이 아니던가? 부엌에서 불을 지피면 부뚜막에서 밥을 짓고 난 연기를 바로 빼지 않고 방을 데워서 나가도록 한 아이디어는 기가 막힐 정도다. 최근에 집들을 다녀보면 벽난로를 해놓고 잘 사용하지 않는 분들이 많다. 난방에도 도움이 되고 불멍하기도 좋겠지만 타고 남은 재를 깨끗이 치우는 것 또한 일이기 때문이다. 예쁘게 붙여놓은 마룻바닥에 떨어질까 괜히 신경만 쓰이니 몇 번 하다보면 장기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만일 벽난로와 구들을 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내에서 벽난로처럼 불을 붙이고 공기를 데우는 것뿐만 아니라 온돌로 방을 덥힐 수 있다면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청도에 있는 집을 보고 단번에 반해 아궁이 있는 집을 만들고 있건만 막상 시작해보니 보통 일이 아니다. 외부에 있는 부뚜막은 연기가 역류해도 큰 문제가 아니지만 실내에 있는 아궁이는 연기가 역류하는 순간 재앙이다. 그런데 공기의 흐름이란 게 누구도 장담을 할 수 없는 거라 아무리 굴뚝을 높이 올리고 한들 역류하지 않을 거란 보장을 할 수 없다. 문을 밀실하게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일단 연기가 밖으로 잘 빠져나가야 하는데 아직까진 과연 될까 싶다. 창호가 없는 현재는 연기가 나도 빠져나가면 그만이지만 창과 유리가 설치되고 나면 테스트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일산화탄소로 돌아가신 일가족 사건을 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15.09.2022

-

Round U

모델링을 하기는 참 쉬웠는데 막상 지으려니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평면이 원인 외벽에 하늘로 뚫린 오프닝을 원통으로 잘라내 만들었는데 실제로 마감을 하려니 고민이 한둘이 아니었다. 골조공사를 할 때는 일단 거푸집으로 만들어놓으면 액체인 콘크리트 타설을 하면 됐는데 마감은 한방향으로만 구불어진 철판으로 해야한다.  6 미리 철판으로 깔끔하게 돌리려니 보통일이 아니다. 실측해서 모델링 툴로 평면으로 펼쳐보기도 했는데 그걸 잘라다가 현장에서 구부릴 수 있지도 않다. 형진금속 전기춘 사장님은 미리 구부린, 폭이 충분히 여유있는 철판을 가져와서 자르는 아이디어를 내셨다. 아무리 컴퓨터로 정확히 재단을 한들 현장 상황에 맞지 않으면 소용 없긴 마찬가지다. 이럴 땐 약간 원시적이지만 오랫동안 사용해온 로우텍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최첨단 시대에 보편 기술을 이용하는 것 그것이 바로 건축의 매력이다.

11.09.2022

-

Flooding

일주일동안 제주에 비가 많이 내리긴 했나보다. 설마했는데 태풍도 지나가고 오랜만에 돌아온 현장 지하에 무릎까지 물이 가득 차 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물이 들어왔나 했더니 외부로 빼놓은 설비 배관을 뚜껑으로 막아놓지 않아서다. 처음엔 ‘ㄱ’자로 꺾어서 충분히 물이 차도 괜찮게끔 했었는데 수정을 하면서 뚜껑을 씌워넣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동네에 내렸던 비가 모여 흘러들었는지 흙탕물이 가득이다. 수해를 입으신 분들 심정이 어떨지 조금 이해할 거 같았다. 이걸 다 빼고 바닥까지 청소하려면 앞으로 며칠이 걸릴 지 모르겠다. 건물에서 집수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영구배수 시스템이 얼마나 필수적인지 한번 더 깨닫게 하는 하루다.

05.09.2022

-

Listen to the Voice

사람들은 비가 위에서 아래로만 내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수가 있으면 지붕만 살펴보고 보수하려 한다. 그런데 아무리 방수를 여러 번 해도 비가 또 새기도 한다. 그러면 꼭 벽은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바람에 따라 비는 방향을 바꿔가며 내리기 때문에 옆에서 들이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처럼 바람이 세고 태풍이 잦은 곳은 특히 더 그렇다. 어떻게 외벽에서 누수가 있을까 싶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특히 외벽과 창틀 사이는 단골손님이다. 방수와 결로 문제가 겹치는 부위기 때문에 더더욱 세심히 시공해야 하건만 우리 실정이 또 그렇지 않다. 신사블루스 건물에서 경험했던 대로 사춤과 폼충진 사이에 어마어마한 전쟁이 일어나는 공정이다. 다들 하기 싫어하는 곳에서 문제는 일어난다. 그 결과는 오롯이 건축주가 짊어져야 하는게 더 큰 골칫거리다. 그래서 아예 외벽에 지붕처럼 방수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비를 막기 위해서다. 우레탄 방수는 이런 의미에서 최적이다.그런데 항상 그렇듯 단점도 있다. 외벽 마감을 하는데 제한이 생길 수 있다. 돌을 붙이거나 할 경우에 우레탄이 덮고 있는 콘크리트엔 잘 붙지를 않아 따로 바탕면을 만들어줘야 한다. 일반 건축주를 설득하기엔 참 어려운 상황이다. 콘크리트로 바탕면을 만들어놓고 누수를 우려해 방수를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외장재를 붙이자고 다시 미장을 하자고 하면 괜한 낭비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 때 항상 현명할 필요가 있다. 건축가도 감리도 시공자도 건축주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은 사람은 없다. 단지 하자 없는 쾌적한 건물을 만들고 싶을 뿐인데 그 마음을 알아주지는 못할 망정 나무라기나 하기 때문에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건너뛰고 만다. 현장에서 나오는 소리엔 귀를 기울여야한다.

30.08.2022

-

Sealant Art

주택을 완성하기 위해선 대략 30개의 공정이 투입되어야 한다. 아무리 30년을 건축을 했다고 한들 모든 공정을 철저히 알기는 어렵다. 책에서 보고 익힌 것과 하루종일 같은 일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비교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공정을 관리하는 것은 왠만한 내공이 있지 않고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건물의 뼈대를 만드는 철근콘크리트는 특히 그렇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했고 잘못 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타설 시 진동기를 얼만큼 대도록 해야하는지를 관리하기는 더 그렇다. 나름 사정도 있다. 진동기를 너무 많이 댈 경우엔 거푸집이 터질 수 있기 때문에 형틀을 시공한 목수와 콘크리트 사장님 사이에는 항상 긴장이 감돈다. 아래서 목수들이 소위 망을 보는데 주로 형틀이 터지지 않을 만큼만 진동기를 대도록 하는 이유도 있다. 제주에서 가장 골조 공사를 잘 하는 분과 일을 했지만 외벽에 곰보를 막지는 못했다. 언뜻 보기엔 제대로 된 줄 알았는데 정호방수 대표님 말로는 너무 심하다 하신다. 너무 구멍들이 많아서 일일이 우레탄 실란트로 막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된다는 거다. 타설하는 날에 옆에서 뻔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도대체 뭘 더 잘 했어야 한다는 건가. 차라리 직접 진동기를 들고 지져볼까? 그랬다간 난리가 나겠지만 열두번도 더 그러고 싶은 심정이다.

22.08.2022

-

F.R.P Waterproofing Fault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고 하지 않던가. 수공간에 시공했던 FRP 방수가 들떠서 떨어지고 말았다. 나무를 심는 화단이나 수영장에 시공을 하는 FRP방수는 얇은 원재료를 이어붙여서 물통을 만드는 원리라고 이해하면 쉽다. 바탕면에 우레탄 방수를 하고 FRP방수를 했는데 그만 들떠버리고 만 것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 이유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우레탄 방수 위에 FRP가 잘 점착되도록 바탕조정제도 잘 칠해서 붙였건만 그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정호방수 대표님도 이런 일은 없다고 하신다. 건축이야말로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만일 시간이 없고 서둘러야 하는 공정이었다면 이미 타일이 붙어있었을테고 표면이 들떴다면 어떤 사단이 났을지 아찔하다. 그나마 미리 해둔 공정에서 실수가 난다면 아쉽긴해도 다시 하면 된다. 심지어 배우는 것도 있다. 하지만 급한 일이었다면 후속 작업들까지 모두 다시 해야하는 상황이 가장 힘든 일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건물에서 하자가 나고 분쟁이 나는 이유도 알고 보면 처음부터 의도했다기보다 나중에 시간에 쫓겨서다. 바로 잡고 가면 되는데 약속한 시간에 맞춰 준공하려면 그럴 여유가 없는 거다. 하지만 물이 새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냥 덮어버린다는게 말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집을 지으면 십년씩 늙는다는 얘기가 있는 건 아닐까?

16.08.2022

-

Korean Ondol System

안방 온돌난방을 위한 구들 작업이 완료되었다. 불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 기둥들을 만들고 석분으로 바닥을 높여 높낮이 차를 이용해 불 기운이 원활히 흐르게 한다. 장인의 경험과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로우테크다. 공기역학을 철저히 고려하지만 수치로 계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흐름을 예측하면서 표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황토의 점성과 손의 섬세함이 필수적이다. 시공 후에 불길이 잘 흐를지 연기가 잘 빠져나갈지 혹여 일산화탄소가 새지는 않을지 누구 하나 보장해주지 못한다. 건축주의 입장에서 보면  답답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담그랴. 리스크는 있지만 감수해야 집 안에서 불멍도 하고 그 열로 바닥 난방도 할 수 있다.

12.08.2022

-

Leakage Simulation

시뮬레이션이라고 하면 성능 좋은 컴퓨터로만 가능한 하이테크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건축현장에서 방수를 할 때도 시뮬레이션은 꼭 필요하다. 요즘같이 비가 많이 오고 물이 새는 곳이 많은데 도대체 어디서 누수가 생기는 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일단 마감을 하고 나면 모두 덮여서 물이 새는 곳조차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건물의 엑스레이를 찍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때도 많다. 물이란게 바로 위에서 샐 거 같은데 대부분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일단 물이 들어오고 나면 약한 부위를 타고 흐르기 때문에 아주 먼 곳에서 시작된 누수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리고 일단 젖고 나면 어디가 원인인지 알 수 없다.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방수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답답할 뿐이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한 얘기지만 시공 단계에서 확실히 방수를 하는 것이다. 공기에 쫒긴다고 그냥 덮어버리지 말고 꼭 물을 담아보고 테스트를 하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골조공사 후에는 비가 올때 유심히 보고 있다 물이 새는 곳을 찾아 미리 방수 공사를 해줘야 한다. 가장 좋은 건 바짝 말라있을 때 물을 뿌려보는 것이다. 누수가 생길 거 같은 곳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늘리다보면 어디서 새서 들어오는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참 별 거 아닌 충고인데 현장에서 이렇게까지 챙기기가 어렵다. 물이 새는 곳이 말라야하고 건축주가 덜 서둘러야 하며 시공자도 세심히 살펴야한다. 나중에 완공 후 물이 샌다면 그때까지의 모든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기 십상이다.

01.08.2022

-

On-dol (Korean Floor Radiatiating System) Construction

고민 끝에 온돌 시공을 시작했습니다. 벽난로처럼 불을 피우는 곳을 내부에 두는 대신 열기를 굴뚝으로 바로 빼지 않고 구들을 통해 방을 데운 후에 굴뚝으로 나가게 하는 방식이 온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온돌의 역사는 길지만 현대화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건축주가 구들방을 요청하면 난감했던 기억이 날 정도로 현대 건축을 하는 건축가들에게 순수 구들방은 도면화하기 불가능한 공법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어둡고 침침한 아궁이를 지양하고 실내 페치카처럼 거실에서 불멍을 할 수 있도록 아궁이가 개량되었습니다.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구들 시공기술을 위해 멀리 대구에서 활동하시는 아삶공 김경호 소장님과 장반장님이 멀리 오셔서 같이 시공해주고 있으십니다. 앞으로 어떻게 구들 시공을 할지 기대가 큽니다.

27.07.2022

-

Rainbow at Jongdal

지난 한달간 열심히 한다고 했던 거 같은데 밖에서 보기엔 한 달 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골조 후 청소, 내부방수, 구들공사, 전기, 설비공사를 진행했지만 밖에서 보이진 않는다. 지난주에는 비가 엄청 오더니 이번주는 바람 한점 없이 푹푹 찌기만한다. 금속공사도 진행해야하는데 감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어렸을 때 서초동 집 근처에서 본 무지개가 마지막이었던 거 같은데 역시 공기가 좋아서인지 뚜렷한 무지개를 오랜만에 봤다. 종달리 현장에도 언젠가 서광이 비칠 날을 기다려본다.

20.07.2022

-

F.R.P Waterproofing

역시 건축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경험해야 한다. 시공책에서 볼 때도 건축사 시험 준비를 할 때도 FRP 방수를 외우기만 했지 뭔지 몰랐는데 현장에서 보니 금방 이해가 된다. 사람이 운반해서 자르고 붙여야하기 때문에 모든 재료와 기술은 이에 준해서 만들어진다.  수공간을 한마디로 물탱크처럼 만들어서 누수가 절대로 생기지 않도록 하는 공법이다. 롤로 말려진 재료를 일일이 잘라서 붙여서 만들어야 한다. 밑바탕은 깨끗이 청소를 하고 프라이머와 우레탄으로 1차를 하고 그 위에 붙이는데 여름에는 금방 굳어버리기 때문에 신속한 시공을 요한다. 재료는 유리섬유로 만들어져서인지 오래 작업을 하면 피부가 금방 따금해지고 좋지않다. 비닐로 된 옷을 입고 하는데 바람은 커녕 공기가 전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작업복을 입고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땀에 절어 작업을 하던가 따끔한 걸 각오하고 하는 것 모두 쉽지 않은 과정이다. 정호방수 이범남 대표님 말씀이 요새 FRP방수를 하겠다고 용역을 부르면 아침 식사만 하고 그냥 가버리기 일쑤라 한다. 소비자들은 비용을 지불하는데 왜 일을 안하겠냐고 하겠지만 요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덜 벌더라도 힘들고 건강에도 좋지 않은 일을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10.07.2022

-

Waterproofing Monk

현장에서 정호방수 이면성 반장님처럼 숙련된 기술과 경험을 갖고 계신 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건축은 그야말로 하나하나 사람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일인데 이런 분들이 안계신다면 어떻게 집을 지을 수 있을까? 공장에서 찍어내는 기계가 아닌 이상 건축은 영원히 그 시대의 기술과 노동력으로 지어졌다. 피라미드도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지만 결국 사람이 만든 것만큼은 확실하지 않은가. 문득 스티브 잡스의 말이 떠오른다. “테크놀러지는 별 게 아니다. 결국은 인간을 신뢰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도구를 쥐어준다면 훌륭하게 일을 해낼 것이다.”

01.07.2022

-

Waterproofing Brothers

아무리 건물이 아름답다고 해도 비가 새거나 어디선가 물이 흘러들어온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만큼 물이 샌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무척 스트레스 받고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건축가들은 방수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누수에 우려가 있다고 해도 예쁜 디자인을 택하는 것은 시공 과정에서 확실하게만 해준다면 물은 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실제론 어떤가? 현장에서 방수는 잘 되고 있는가? 일단 바탕이 소위 바짝 말라있어야 하는데 요새 같은 날씨에 며칠 비가 안온다고 해도 완전히 건조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기만 없어야 하는 게 아니라 콘크리트 표면도 깨끗해야 하고 곰보가 있거나 들어간 곳이 있어서도 안된다. 어쩔 수 없이 생겼다고 하면 일일이 깨내고 떼워서 보강을 해줘야 한다. 특히 벽과 바닥, 지붕과 벽이 만나는 코너 부위는 누수가 생길 여지가 많으므로 일일이 신축성있는 실런트로 보강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바탕정리가 끝나면 프라이머에 우레탄 방수를 3 단계로 나누어 시간차를 두고 작업해야 한다. 그 사이에 비가 내린다면 다시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결국 하늘이 돕고 인간의 정성이 깃들어야 안심할 수 있는 일이 방수공사인데 현실은 녹록치 못하다. 특히 항상 시간에 쫒기는 현장은 뭘 기다릴 여유가 없다. 콘크리트 표면에 물기가 있어도, 이물질이 있어도, 코너가 부실해도 밑바탕 작업을 하고 실리콘 보강을 하지 못한다. 그만큼 준비 과정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방수 후에 마감 작업들이 기다리고 있다면 그 악순환은 반복된다. 요새 현장에 시공 전문가들 연세가 많아지는 추세지만 방수에 달인이 있다. 언제나 믿고 맡길 수 있는 정호방수 대표님과 반장님이다. 일흔이 넘은 나이지만 건강하게 기본을 지키고 재료를 아끼지 않고 제주까지 오셔서 열심히 해주신다. 씨엔오 대표님이 이범남 사장님께만 방수공사를 맡기는 이유를 알 것 같다.

15.06.2022

-

Hi Jongdal!

반 년만에 드디어 제주 종달리 주택의 골조공사를 마쳤습니다. 겨울에 바람이 강한 곳이어서 원형의 담을 두르고 코너 마당을 거쳐 창을 둔 것은 잘한 결정이라 생각합니다. 얼마나 제주의 바람이 강한 지를 몸소 경험하지 않고는 내릴 수 없는 과감한 결정이기도 했습니다. 담과 외벽을 통합해 하나의 완전체로 만들고 그 내부에 사계절을 나타내는 코너 정원들로 하나의 소세계를 나타내려는 의도였습니다. 가을이면 완성될 집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01.06.2022

-

Finally Concrete Works Ends

4월 14일에 타설하기로 계획되었던 일정이 파업으로 밀려 5월31일에 겨우 완료하였습니다. 단가는 무려 1.5배가 올라서 치솟는 물가 위에 나는 물가란 말이 무색할 정도인데 비싸고 말 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습니다. 조만간 벌크 화물 파업이 예고되어 있어서 며칠 내로 타설을 완료하지 못하면 또 다시 얼마나 밀릴 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주 골조전문시공업체 현우건설의 도움으로 콘크리트 물량 확보와 타설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까진 비교적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콘크리트 재료의 대안을 찾는 노력들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립식 주택, 프리패브, 모듈러 등등 현장에서 수작업을 줄이고 공업화를 가미한 공법들이 적용되기를 기대해봅니다.

23.05.2022

-

Triangle Island floating on Han River

건축과 학생들이 졸업하기 위한 통과의례 중 하나가 졸업작품을 하기 위한 가상의 대지를 고르는 것이다. 어짜피 실제로 지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배운 걸 잘 써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서울 곳곳을 누비며 흥미로운 땅을 보러 다닌다. 90 년대에도 한강은 매력적인 졸업작품 사이트였지만 교수님께 저지당하기 일쑤였다. 당시만해도 한강은 범람과 홍수 피해가 빈번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90 년엔 강남의 저지대가 잠겼던 기억이 있다. 동기가 여의도 고수부지 근처에 기가막힌 곳을 골랐는데 한강엔 단 한 그루의 나무도 유속에 지장을 주는데 하물며 건물은 어떻겠냐며 실제로 지어지지도 않을 졸업작품 후보지로도 제지를 당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후로 거의 25 년이 지난 현재 한강의 모습은 사못 다르다. 비가 많이 오면 잠수교가 잠기는 건 마찬가진데 나무들도 곳곳에 심겨있고 공공시설물들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10 년 혹은 20 년 주기로 찾아오는 홍수가 무서워 아무 것도 못하기보단 차라리 다시 심더라도 공원다운 한강으로 만들겠다는 정책이다. 이 중에서 세빛 둥둥섬은 물에 떠 있기 위해 공학과 미학이 절묘하게 결합한 독특한 건축물이다. 도시의 랜드마크를 표방했지만 건축가들에게 최악의 디자인으로 뽑히기도 했고 2015년 완공되었지만 안전 문제로 한동안 문을 열지 못했던 사연 많은 건물이기도 하다.

21.05.2022

-

Banpo Chicken

구반포 상가 중에서 유명했던 곳들 중 한 곳을 고르라면 단연 반포치킨이었을 거다. 90 년대 구반포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칙칙한 상가에 수많은 버스와 자가용들이 뿜어내는 매연이 가득한 거리였다. 그 중에서도 반포치킨은 이미 대세였던 튀김 대신 80 년대 유행했던 전기구이를 고집하고 있었다. 외부에 통닭들을 매달아 빙빙 돌리는 외관은 93 년에도 이미 촌스러웠다. 버스를 자주 갈아타면서도 동네에서 곧 사라질 그저그런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96 년에 누군가 날 데려가면서 소위 맛집을 찾아가는 첫 경험이 되었다. 마늘양념 치킨이 맛있다고 먹어봤는데 켄터키 후라이드와 스파이시에 익숙해있던 당시엔 살짝 충격이었다. 보통 반죽으로 몸집을 두 배로 불린 후라이드에 비해 사우나에 땀을 잔뜩 뺀 반포치킨은 부피가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림스치킨을 먹던 시절에나 익숙했던 바삭한 맛 또한 뭐 그다지 인상적이진 않았는데 딱 하나 마늘양념이 특이했다. 소위 느끼한 맛을 상쇄시켜줄 만큼 강하면서도 익숙한 마늘의 맛과 향이 치킨에 배어나온다는 게 신기하다못해 충격적이었다. 세상에 이런 맛이 나올 수도 있구나 싶었다. 워낙 인테리어도 그렇고 칙칙했던 곳이라 그 후로 자주 찾지는 못했지만 작지만 랜드마크 같던 구반포의 40년 명소였다. 최근에 들어서야 알게된 건 항상 계실 것 같던 여사장님께서 돌아가시고 그 추억의 반포치킨도 이전했다는 거였다. 이젠 조카분이 맡아 운영하시는 곳을 찾아보니 전기통닭 빙빙 돌아가는 모습은 마찬가지다.

05.05.2022

-

Goodbye GuBanpo

구반포는 한강을 중심으로 경제도약을 한 대한민국 역사의 산 증인이다. 이미 60 년대부터 경제 성장으로 농촌 인구가 서울로 집중되면서 주택 부족 등 도시문제가 심화하고 있었다. 단독주택만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던 정부는 아파트로 그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했으나 해결책으로 60년 대에 시도했던 공동주택의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특히 와우아파트 붕괴로 공동주택에 대한 인식이 땅에 떨어지면서 주택 문제를 고민하던 정부가 방향을 급선회하는 계기가 되고 만다. 그때까지 서민을 타겟으로 한 아파트 정책에서 벗어나 증산층으로 급선회한 것도 결국 재산 증식의 수단이 아니면 마당 있는 집을 버리고 아파트를 택할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순간이었지만 결정적으로 우리는 가난한 나라였다. 만일 당시에 우리에게 돈이 좀더 있었더라면 아니 돈을 좀더 빌릴 능력만 있었어도 유럽처럼 서민을 위한 임대용으로 아파트를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고 요즘같은 가격 폭등 문제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선택의 여지조차 없었다. 구반포처럼 대규모 단지에 여러 동의 건물을 한꺼번에 지어본 자본도 심지어 경험도 없었다. 오죽했으면 구반포 단지 중에서도 적은 평형이 많은 반포천에 가까운 쪽은 해외차관에 의해 지어져 AID아파트로 불리기도 했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강남에 처음 지어진 아파트 단지였으니 반포가 당시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지금으로선 상상조차하기 힘들다. 강북을 잇는 다리라곤 한강대교가 유일했고 당연히 동작대교나 반포대교는 없었다. 현재의 올림픽대로인 강변도로가 제방이 되어 강물을 막고 있을 뿐이었다. 60년대 후반엔 큰 홍수가 나서 근처 갯마을엔 나룻배로 사람들을 이동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휑한 모습 그 자체였다. 먼지만 풀풀 날리는 허허벌판에 위치한 구반포는 한미디로 강남개발의 전초기지였다. 90년대의 분당이나 일산처럼 위성도시이자 지역개발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구반포는 총가구수 7000 세대에 거주 인원만 3만명이 넘는 대규모 단지였는데도 얼마나 주변에 기반시설이 없었는지 상가를 한 곳에 모을 수조차 없었다. 자가용이 드문 시절 뒷동부터 중심 상가까지 한참을 걸어서 가게할 순 없었다. 집에서 최대한 가깝게 배치한 것이 구반포에 거리상가가 들어서게 된 이유였다. 그 유명한 반포치킨이나 애플하우스, 스마일 포차 등이 알려지게 된 것도 단지내 상가 대신 거리형 상가를 택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단지에 아무나 들어올 수 있어서 주민들이 불편해하고 고급 주거의 이미지를 주기에 한계가 있다고 의견이 수렴되어서인지 그 후로 개발된 어느 아파트도 거리형 상가를 택하진 않았다.

18.04.2022

-

Ready to go Material

최근 광주 사건 이후로 레미콘이 많이 나아졌다는 평을 듣던 제주에 파업이 시작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물가상승 압력을 이기지 못한 회사들에서 파업을 시작한 것인데 벌써 보름째다. 모든 일을 마쳐놓고 하염없이 재개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종달리처럼 수많은 제주의 현장들이 얼마나 많은 지는 알 수 없다. 동네 장비 기사님이 서두르라고 할 때 하루 이틀만 앞당길걸 하는 후회가 막심이다. “건축은 재료로 구체화되지만 한편 재료로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른 예술과는 차이가 있다. (건축강의, 김광현 교수님)” 현장에서 쓰이는 많은 재료들은 공장에서 미리 만들었다 현장에 운반해 쓴다. 80 년 대엔 원재료들을 가져다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현장에서 만드는게 말이 안될 정도로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공장에서 미리 생산하는 쪽으로 바뀌어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콘크리트다. 80 년대 아버지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리집을 설계하고 지었을 때 현장에 모래와 자갈이 항상 쌓여있던 기억이 있다. 그걸 시멘트와 섞어서 핸드 메이드 (Hand Made) 콘크리트를 만들어 수십 명의 인부들이 등에 지고 일일이 운반해 타설을 했다. 2층 집을 짓기 위해선 외부에 사람이 올라갈 수 있도록 가설 비계 외에도 경사로까지 만들어야 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무식할 정도로 노동집약적이었는데 기계나 장비를 쓰기보다는 인력을 동원하는게 훨씬 더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40 년이 지난 지금 건축은 여전히 직접 손으로 하는 작업들이 많지만 예전에 비해선 정말 많은 자재들을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의 작업을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콘크리트만큼은 품질을 위해서라도 공장에서 배합에 맞게 미리 만들어 레미콘 차로 이동해 펌프카로 타설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당연히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손으로, 감으로 재료들을 섞어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품질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사건들이 터지면서 현장에서는 그동안 쌓여왔던 불신에 대한 소문들이 언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량에 대한 문제다. 당연히 레미콘 차 한 대가 오면 송장에 적힌 양이 되어야 하건만 현장에 6m3 빈상자를 만들어놓고 양에 맞게 한 차를 불러 채워도 모자란 양이 온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뿐이랴. 이번 광주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사건에서 보듯이 일정하게 균일해야 할 품질마저 불량 골재를 쓰는 등 당연시할 수 없게 되었다. 심지어 최근 벌어지고 있는 파업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일주일이 아니라 한달 아니 두달까지도 레미콘이 없던 적도 있었다니 제주라는 섬 환경에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레미콘 즉 레디 믹스트 콘크리트(Ready Mixed Concrete)의 취지와는 한참 벗어난 사건이다.

10.04.2022

-

GoTerminal in 1972

메타볼리즘을 대표하는 건축가 기쇼 구로가와의 작품이다. 단번에 눈에 쏙 들어오는 계획안이다. 마치 장윤규 선배가 광주문화의 전당 모형 사진을 봤을 때처럼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는 안이다. 1972 년이니까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데 우리 선배들이 중동 건설에 한참일 때 일본은 건축가들이 진출했었나보다. 어쨋든 저층부와 자연스럽게 이어진 세련된 고층 건물이 마치 한 장의 지면을 말아올린 듯 상승한다. 저층의 지붕이 고층에서는 벽으로 바뀌는데 저층부의 천창이 고층에서는 테라스가 되는 디자인이다. 실제로 구현이 안되었다는게 안타까울 정도로 너무도 현대적인 멋진 계획안이다. 그런데 묘하게 서울고속터미널 건물이 연상되는 건 비단 나 혼자뿐일까? 도로에 면해 들어선 2 층 건물은 영동선과 유사하고 무엇보다 고층부는 영락없는 고속터미널 건물이다. 모형에서 저층의 지붕이 말아올라가 고층의 테라스가 되는 아이디어는 보이지 않지만 충분히 참고는 했겠다 싶다. 그런데 뭐가 대수랴? 파시드 무사비 소장님은 현대 건축은 서로 베끼는 관계임을 공공연히 언급하며 심지어 다이어그램까지 그리지 않았던가? 79 년 박대통령의 서거 직전 강남에 고속도로 준공을 기념하는 작품을 단 몇 달동안 만들기 위해 들였을 건축가의 노력을 생각해본다면 감히 이해가 되는 바이다.

10.04.2022

-

GoTerminal in 2022

고속터미널역에서 자주 환승을 하다보니 유독 터미널 건물을 자주 보게 된다. 40 년 이상되었지만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축물 중 하나다. 과감한 조형적 표현이 아직도 현대적인데 건물이 지어진 81년엔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 그런데 주변에 건물들이 지어질수록 길에 바로 면한 측면이 눈에 띄는데 보면 볼수록 일본 무사들이 쓰던 투구 같다는 느낌이 든다. 왜 그럴까 하며 자세히 보니 중앙 코어의 사선으로부터 튀어나온 여러 개의 테라스들의 입면선이 수평이 아니라 살짝 아래로 기울어 있다. 심지어 테라스의 난간을 강조하기 위해 앞으로 기울다보니 상당히 의장을 강조한 형태가 되었는데 헷갈린다. 어릴 때 자주 봤던 일본 만화에 나오는 로보트를 닯은 건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당시에 버스터미널로 기념비를 만들기 위해 건축가가 얼마나 노력했을 지를 짐작케 하는 건물임에 틀림이 없다.

04.04.2022

-

Local Technique

“건축은 테크닉과 테크놀로지 사이에 있다. 건축은 대량생산하는 것이 아니며 건축주의 주문에 의한 일품생산이다. 기계처럼 신중한 계산과 엄격한 계획으로 완성되어서는 안되며, 차라리 덜 신중하고 덜 엄격해야 사람이 사는 터전이 될 수 있다. 건축은 누가 사용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파는 공업 제품과 전혀 다르고, 그곳에 살게 될 사람들의 생활과 취미와 직접 관계한다는 점에서도 테크놀로지와 테크닉 사이에 있다.” (건축강의, 김광현, 안그라픽스)

30.03.2022

-

Local Geometry

원통 입면에 원통으로 잘라내면서 만들어진 단면선을 실제 건물을 만드는 현장에서 어떻게 입면에 그릴지 궁금하다. 수치만 띄워놓은 곡선을 현장에서 실제 크기로 작도하는 방법을 보니 정말 기가 막힌다. 원리는 단순하다. 일단 모든 것을 직선과 원의 일부분으로 나눈다. 현장에서는 아르(R)라 하는데 아무리 복잡한 곡선도 작은 원들의 조합으로 바꿔줘야 현장에서 작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간단한 방법으로 기하학을 응용하는 걸 보니 문득 스티브잡스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테크놀로지는 아무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을 신뢰하는 것이다. 그가 선하고 똑똑하다고 믿는 것이다. 도구를 쥐어주면 훌륭하게 활용할 것이다.”

23.03.2022

-

Google Earth

2000년대 초 구글 어스가 처음 나왔을 때를 잊을 수 없다. 처음엔 거리뷰도 없었지만 지구본을 빙빙 돌리다 줌인줌인을 계속 하면 동네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환상적이었다. 건축 설계를 할 때면 위성사진은 고사하고 주변사진도 구하기가 힘들었는데 구글 어스에서는 어디든 위에서 볼 수 있다는 건지, 평생 가보기 힘든 북한도 볼 수 있는 건지 등등. 마치 20세기 초에 에펠탑이 파리에 지어지면서 위에서 보였던 도시가 근대에 막 들어선 세상 사람들을 완전한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에 비견할만했다. 야후보다 검색을 잘 한다는 소문을 듣고 구글링하던 검색창에서 만든 지도를 사용하는 그 첫 경험을 런던의 설계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들과 했다. 당시 다들 국적이 다양했던 친구들은 독일, 덴마크, 일본, 뉴질랜드에 있는 각자의 고향집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보여주는 집들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정말 마당 있는 주택이 아니면 집이 아니라는 건지 다들 사람답게 살고 있었다. 같이 우와~룰 연발하며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고향집들이 소개될수록 정작 난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우리 부모님은 어느 빌라에 살고 계셨는데 해외 생활 5년차가 되다보니 사시던 곳 주소도 정확히 기억못했다. 엉겁결에 반포 아파트에 사시던 처가집이 한강에서 찾기도 쉬워 고향집이라고 얘기해버렸는데 내심 강남 아파트니까 그나마 낫겠지란 얄팍한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한강 남쪽에 길게 도열한 아파트들을 같이 보자니 모두 잠시 침묵에 빠져버렸다. 서로 무안해서 어떻게 수습하기 힘든 분위기였는데 강변 주변이면 의례 낮은 건물들이 만드는 경관에 익숙했던 유럽 친구들에겐 좀 충격이었나 보다. 정말 구글어스에 비친 한강변의 아파트들은 아파트 공화국에서 얘기했던 대로 도열한 군을 위한 병영시설로 비춰졌을 지도 모르겠다. 그 후로 어느덧 20 년이 흘렀고 메이드인코리아에 열등감에 시달렸던 나도 그리고 서울도 자신감이 생긴 느낌이다. 한강에 도열한 아파트들이 군무로 한류 문화를 이끌었던 아이돌처럼 될 수 있을까?

11.03.2022

-

You Bar

골조공사에서 철근배근은 비교적 틀리지 않는 일이다. 도면대로 하면 되고 눈에 뻔히 보이니까 틀리게 하지 않는 편이 나중에 괜히 지적받고 고치기보다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인건비가 올라가고 일당이 30만원에 근접하게 되면 일단 잔손이 많이 가는 일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물량을 죽이기 바쁘다보니 손이 많이 가고 티가 덜 나는 일은 되도록 줄이려한다. 심지어 건축주이자 현장소장이어도 마찬가지다. 포항 지진 후에 내진 설계 기준이 강화되면서 철근 배근이 한층 어려워졌다. 그 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U Bar다. 벽이 끝나는 마구리와 벽과 벽이 90도로 교차되는 곳에 U자형의 철근들을 끼워서 지진 같은 수평력이 전달되었을 때 서로를 잡아주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 유바를 끼우는 일이 번거로워서인지 아무도 얘기를 안하면 하지 않을 태세였다. 겨우 얘기를 해서 절반은 채웠는데 사다리를 놓지 않으면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엔 절반밖에 되어있지 않았다. 아마 유바땜에 목수리라도 높였다간 제주시에서도 한시간 이상 와야하는 현장에 아예 나타나지 않을지 모른다. 철근 사장님은 말씀하신다. 그런 거 안해도 한번도 콘크리트에서 철근이 튀어나온 적 없었다. 그게 아니라 지진 땜에 그렇다고 하니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땅 속 저 깊은 곳에서 생기는 일인데 어짜피 땅 위에 있는 것들 하나도 성한 게 없다고. 그놈의 유바 니가 해라.

13.02.2022

-

Seoul Blues 1988 (image by photographer Jeong-eui Lim)

86년 아시아게임에 맞춰 지하철 3,4호선이 한꺼번에 개통했을땐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1,2호선만 있던 서울 곳곳을 헤집어 놓고 이젠 공사를 안하나보다.. 포기할 때쯤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당시 오천원 정도 했던 한달 자유이용권을 사서 서울 곳곳을 돌아다녔다. 평소 다니던 종로나 인사동 같은 도심도 좋았지만 새로운 동네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자주 갔던 충무로역 대한극장. 종로3가 피카디리, 단성사, 서울, 명보극장처럼 영화관을 많이 찾아다녔다. 하루는 친구들이랑 3호선을 따라 모든 역에 다 내려본 적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금호역이었다. 그런데 지상 출구로 올라오자마자 보였던 동네 전경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그때까진 동작대교가 없어서 강남과 옥수동, 금호동은 거리감이 있어서 한번도 본 적 없는 동네였다. 꽤 경사가 급한 작은 산 하나를 가득 메우고 있던 판자촌 혹은 달동네는 사람을 두렵게 할만큼 압도적이었다. 이젠 건축가가 된 이상 아름답다고 예찬하고 싶지만 당시 어린 나에겐 오히려 공포에 가까울 만큼 무시무시한 광경이었다. 마치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봤던 파벨라 같았다. 최근 지하철에서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금호역 3번 출구에 우연히 내렸는데 어렸을 때 지하철에서 내렸던 바로 그 출구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때 봤던 달동네는 온데간데 없고 그곳엔 깨끗이 단장한 아파트 단지로 바뀌어있었다. 이젠 너무 평범한 아파트 단지라 80 년대에 느꼈던 공포감은 더 이상 없었지만 아쉬움이 밀려왔다. 저건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꼰대란 소리 들을 거 같고 뭔가 아쉽다 정도로 순화하는게 맞겠다. 건축과 도시는 일단 만들어지면 최소 50 년 이상 바꿀 수도 없지 않나. 우리가 그리는 미래 서울의 모습이 홍콩처럼 어딜 가나 가득 채운 아파트들은 아닌 거 같은데 바쁜 사람들 붙잡고 얘기해봤자 집값이 비싼데 무슨 허황된 소리냐고 할 지 모르겠다. 그나마 한강변으론 나즈막히 있던 아파트들이 하나씩 재개발되면서 꽉 들어차는 걸 보고 있자니 나만 답답해보이는 건가 싶을 정도다. 값이 비싸면 편리한 건 당연하고 디자인도 좋아야 하건만 우리가 유독 집에 대해서만 관대한 건 우리 민족이 원래 그래서는 아닐 것이다. 수 천년동안 자연과 어울리며 순응하며 살아왔는데 전쟁 후 반세기만에 미감이 바뀌었을리 없다. 그렇다면 걸국 산업자본주의로 인해 환경까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처럼 만들어버린 건 아닐까? 산과 자연이 아름다운 강산을 금호동 달동네처럼 백지상태로 만들고 아파트들로 뒤덮어 버리는 게 우리가 언제나 유보해왔고 지금도 유보하는 행복한 미래의 모습이란 것일까? 십분양보해서 아이돌 그룹의 군무가 어느새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처럼 한강에 조금이라도 내밀어보려는 창문들이 꽉 들어찬 아파트들도 그렇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꼰대 건축가가 이해하기 힘든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도시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02.02.2022

-

Moon Village (image from Venice Biennale 2006, Caracas)

런던에 있을 때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던 일이 몇 차례 있지만 우리나라에 관련된 것 하나를 들라면 바로 달동네다. 방학을 이용해 설계사무소 에프오에이에서 잠시 인턴으로 일할 때 마침 서울을 몇 번 다녀온 사무실 팀장이 있었다. 당시만해도 개인적으로 일본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고 그 사무실에서 설계한 요코하마의 국제항만이 워낙 센세이션해서 주눅이 들어있었는데 마침 반가운 얘기였다. 김영준 건축가가 초대해서 몇 차례 방문했었던 거다. 그런데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축물을 물었더니 전혀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문 빌리지라는데 첨엔 뭔 소린가 싶었다. 순식간에 달동네란 걸 알아차리곤 그야말로 맨붕이 됐다. 종묘나 공간사옥 등등 좋은 곳들을 다 가봤을텐데도 달동네라니. 지금은 충분히 공감이 되지만 거의 20년 전엔 얼기설기 판잣집들로 가득한, 남들에게 보이기 싫은 부끄러운 곳일 뿐이었다. 일본을 사랑하는 그들이 우리 건축에 대한 약간의 폄하가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에프오에이 팀장의 입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으로 언급된 그 자체만으로도 문화충격이었다. 그후에 건축 공부를 더 하며 어떤 의도였는지 알게 됐는데 특히 승효상 건축가의 빈자의 미학을 보고 확실히 공감하게 되었다. 생명체가 자라듯 시간에 따라 스스로 성장한 마을과 도시에 대한 언급이었기 때문이었다. 건축가나 도시계획가들이 아무리 창의성을 발휘한다 오랜 시간동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마을과 길은 도저히 따라할 수가 없다. 그만큼 아름다운 달동네를 우리는 너무 가볍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한강변 북쪽을 가득 채우고 있던 달동네들을 가리기 위해 강변에 고층 아피트들을 세운 것도 88년 서울올림픽에 오실 지 모를 외국 손님들 때문이었다. 결국 건축가는 무대를 만들 뿐이고 사용자들이 생활을 통해 건축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근대 이후의 삶과 건축을 경시했는지도 모른다. 10여년 전 싹 밀고 아파트들을 짓는 재개발 대신 달동네들을 살려 보존 및 재생하자는 건축가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런데 개발 이익을 바라는 토지 소유주나 부족한 인프라 문제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입주민들보다 더 큰 어려움은 다름아닌 끝 모르고 올랐던 집값이었다. 코로나 전에 올리려던 금리를 오히려 더 내리면서 시장에 풀린 돈이 올려놓은 전세계 부동산의 나비효과로 달동네 재생 운동은 아쉽게도 막을 내렸다. 이전까지 재개발을 포함한 공급 위주의 주택 정책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재생으로의 전환을 시도했건만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언젠가 동화책에 그려진 초가집처럼 달동네도 역사속 뒤안길로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았다.

24.01.2022

-

Made in Korea

우리가 만든 것들 중에서 세상에 내놓기 부끄러운 제품들 중 가장 으뜸은 아쉽게도 건축이다. 90 년대 후빈 대기업 건설회사 현장기사로 경력을 시작했지만 워낙 효율을 따지는 통에 도면에 맞게 한다는게 이렇게 어려운지 절감하기도 했다. 시방서가 있긴 하지만 경험으로 축적된 노하우들 앞에서는 소용 없었다. 특히 아파트는 반복해서 층을 쌓아가는 만큼 속도가 중요한데 거기에 투입 자재까지 최소화하려다 보니 슬라브를 받치는 동바리의 양까지 신경써야 하는 지경에 이르곤 한다. 보통 한 층 타설하면 그 다음층 타설 때까진 그대로 두고 그 다음층 타설할땐 최소만 남기고 해체하는게 통상적이다. 최근 사고처럼 무너지진 않더라도 완전히 굳기 전에 동바리를 해체하면 눈에 보이진 않을 정도로 슬라브가 처지는 건 감수해야 한다. 감리도 문제인데 상주를 하건만 다들 무슨 뒤늦은 공부 욕심인지 도통 현장에 나오는 일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 결국 건축주이자 시공사인 대기업이 고용을 했는데 쓴 소리를 할 리는 만무하다. 걸국 무너지지만 않으면 도면과 시방서를 무시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지어질 수 밖에 없는 건 사업시행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임을 부인할 수 없다. 심지어 시공을 같이 하는 경우엔 빠르고 저렴하게 지어서 남겨야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또다른 중요한 이유는 우리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아직까지도 평당 공사비 400을 기준으로 삼는다거나 한 2,3년이면 입주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이젠 버려야 한다. 싸고 빨리 입주하고 싶은데 원칙대로 하기를 원하늗 건 앞뒤가 맞는 생각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원칙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는 점이 고무적이지만 비용과 시간 모두 2 배이상 높아질 현실은 제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만일 이 글을 보는 분 중에 집이나 건물을 지을 분이 있다면 조언을 하나 하고 싶다. 여러 계산이나 고려말고 하루라도 빨리 지어라. 그게 바로 남는 길이다.

23.01.2022

-

APT

대한민국의 아파트는 조금 비꼬자면 세상에 내놓은 히트 상품 중 하나다. 그 이유는 본래 주문이 들어와야 만드는 일품생산인 건축을 익명의 소비자를 가정하고 대량생산을 하기 때문이다. 지어지기도 전에 모델하우스만 있어도 미리 팔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의 힘이 크다. 7,80년대 빠른 시간에 경제성장을 했던 우리는 도시 문제 또한 급속도로 겪기 시작했는데 무엇보다 주거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특히 전체 대지의 70%가 산으로 덮인 서울에 집들을 마구잡이로 짓다보니 주거 환경이 열악했다. 집 자체는 말할 것도 없이 전기, 하수, 수도, 오수 등등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할 시설 도 문제였다. 주로 산에서 흘러내리는 냇물 주변으로 집들이 들어섰는데 예를 들면 윗집 화장실에서 흘러나온 물을 아랫집 부엌에서 사용해야 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 골치아픈 문제들을 한방에 해결할 수 있었던 방법이 싹 밀어버리고 아파트 단지로 만드는 재개발이었다. 안믿기겠지만 지금도 서울의 오래된 동네에 골목길을 넓혀 주차장을 만들거나 하수를 정비하려고 해도 그에 배정된 예산을 배정할 수 없다. 보기엔 좋아도 살기엔 너무 불편한 동네를 개선하려면 싹 밀고 아파트 단지를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국가에서 할 일을 민간에게 미루는 셈인데 여전히 갖가지 불편함을 감수하며 옛동네에 살아야하는 주민들로선 재개발 외엔 사람답게 살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어쨌든 70 년대 이런저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선분양 제도를 만들면서까지 독려해온 결과물이 바로 아파트다. 처음엔 마당없이 고층에 사는게 고역이었지만 어느 환경이든 적응 잘하는 우리는 완벽히 소화하다 못해 이젠 오히려 선호하는 주거 형식이 되어버렸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파트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건축가들은 이런저런 시도를 했지만 집값 상승으로 앞으론 도시재생보단 재개발을 택할 가능성이 커졌다. 몇 만호 공급처럼 90년대로 회귀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최근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땅만 비싸게 사서 콘크리트로 지어 페인트로 외부 마감하고 내부만 번드르르하게 만들어도 되었던 건 모두 사전분양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장을 보는데 사진만 보고 미리 지불하는 셈인데 주변과의 관계가 중요한 집에 인터넷 쇼핑하듯 몇 억씩 미리 내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 그나마 여태껏 큰 분양 사고 한번 생기지 않았다는 건 우리가 얼마나 성실하고 착한 민족인지 반증하면서도 최근의 사고를 접하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대학 졸업후 꼬박 3년을 현장 기사로 일하며 느꼈던 아파트는 현재와 별반 달라진게 없다. 있다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진짜 재료와 헷갈릴 정도로 잘 칠한 외부 페인트 정도가 아닐까?

12.01.2022

-

Reply 1995_Sampoong Dept. Collapse

요새 광주아파트 붕괴 사고 소식을 연일 접하면서 삼풍백화점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95년은 대학교 3학년이었는데 무척 더웠던 여름 할 일 없이 집에 누워 빈둥빈둥거리다 오후 5시쯤 들려온 소식에 너무 놀랐던 기억이 난다. 당시는 요즘만큼도 안전이나 구조에 대한 체계가 없을 때라 잔여 구조물의 붕괴나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소방대원, 자원봉사자들 할 것 없이 물통 하나 들고 뛰어들어갔던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이없을 뿐이다. 요새 대변인으로 나오시는 김은혜 위원이 당시 기자로 활약하던 때이기도 했다. 이젠 삼풍백화점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겠지만 강남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백화점으로 통했다. 대학 입학 후 친척 누나께서 넥타이 선물을 사주신다고 해서 처음 가본 곳이 삼풍이었다. 당시엔 규모가 여느 백화점의 두 배는 족히 되었는데 마치 두 동을 이어붙인 것 같았다. 무엇보다 층고가 무척 높아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때까지 앞뒤 없이 고속성장을 질주하던 대한민국에 첫 경고를 내렸던 일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성수대교, 대구지하철, 금융위기로 이어진 더 큰 사건들의 서막에 불과했다는 점이 씁쓸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사건 장면의 처참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한층 슬라브가 내려앉았는데 나머지 층들도 주르륵 같이 쓸려 내려간 것도 당시 구조 전문가들조차 의아해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전문가란 분들이 언론에 나와 각자 얘기들을 늘어놓다보니 건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더 헷갈렸던 기억이 나는데 요새 광주아파트 사건도 비슷해보인다. 삼풍백화점 붕괴 후 한 2년 정도 흐른 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후에야 건축구조 전문가들로부터 들었던 의견들 중에는 이렇게 폭삭 무너진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특성상 한층 지붕이 내려앉아도 그 아래 층에서 받쳐주기 마련이건만 어떻게 연속적으로 바닥들이 차례로 내려앉았는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도 찾을 수 없다는 분도 있었다. 나조차 대학 졸업 후 아파트 현장에서 수없이 여러 번 타설 현장에 있었지만 일부분이 무너져 내릴 수는 있어도 여러 층이 한꺼번에 내려앉는 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아파트는 그냥 콘크리트 덩어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 자체가 구조체인데다 수십 년간 지으며 쌓아온 노하우가 있기에 사고를 자처하지 않고서는 이럴 수 있나 싶다. 물론 누군가 안전에 조금은 소홀했을 수 있고 무엇보다 1 년도 남지 않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한겨울에 5일에 한층씩 올렸다는 점이 무리스럽게 들리긴하지만 광주의 기온이 서울보다는 높아 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열풍기 등으로 보온양생을 했다면 부실시공이라 하기도 힘들다. 보통 아파트가 겨울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엔 1주일에 한 층 시공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외벽은 형틀을 해체해서 올라가지만 바닥의 동바리(서포트)들은 그대로 두기 때문에 수직하중을 받는데는 무리가 없기도 해서이다. 근데 뉴스에서 보이는 사진으로는 타설한 층 바로 아래에도 유리창이 끼워있는 걸 보면 일정이 급하긴 했던 거 같다. 보통 타설 후 2주 정도 지나야 동바리들을 제거하고 자재 정리를 하고 나면 족히 3주는 지난 후에야 창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미 아래층에 창들이 설치되어 있는 걸 보면 상당히 급하게 현장이 진행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무엇보다 잘려나간 곳이 주구조체에서 튀어나온 곳으로 보인다는 점에 주목해볼 수 있다. 캐노피 구조까지는 아니더라도 필로티 등 양생 기간이 좀더 필요했을 수 있단 얘기다. 이런 사건에서 참 안타까운 건 항상 타설을 거의 다 마쳤을 때 일어난다는 점이다. 조금만 더 버텨주면 없을 수도 있을 사건이 그 마지막 순간에 벌어지기 때문에 건축이 한편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깨닫게 된다. 레미콘 1m3면 2톤의 무게에 가까운데 현장에 가져올 땐 좀 질은 액체 상태지만 굳으면 돌 상태로 바뀐다. 거꾸로 보면 돌 상태로 굳으면 강력한 구조체가 되는 거지만 그 전까지는 어디서 툭 치면 엎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정말 무서운 게 바로 콘크리트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삼풍백화점과의 공통점이다. 뉴스에서 나온 얘기로는 두 건물 모두 슬라브 즉 바닥 자체가 보 역할까지 담당하는 방식이다. 장점은 보의 두께만큼 층고를 줄일 수 있다. 같은 높이의 건물이라면 층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여러모로 유리하다. 단점은 우리가 거의 30 년만에 다시 보고 있듯이 일반적인 벽으로 힘을 받는 아파트에 비해서는 예상하지 못하는 충격이나 사건에 약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사건의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그동안 우리가 맹목적으로 믿어온 아파트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계기가 되진 않을지 주목해본다.

30.11.2021

-

Breath Path at Jongdal Site

땅을 파보니 드러나는 제주의 숨골이다. 지층 아래로 바위만 잔뜩 몰려있는 부분이 있아 물어보니 비가 오면 물이 흐르는 충이란다. 바위들만 보이고 흙이 없는 것도 물이 다니기 때문이란다. 한마디로 지하에 물이 흡수되다 더 이상 내려가지 않고 수평적으로 흐르는 땅속 물길이다. 제주의 토양은 전부 현무암층이라 물이 금방 흡수되는데 땅 속에는 흐르는 통로가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건 제주 사람들이 부르는 숨골이란 이름이다. 마치 숨을 쉬듯 물이 흐르지 않을 땐 공기가 차 있는 모습을 보고 붙인 이름이리라. 숨골 참 제주다운 아름다운 명칭이다.

11.11.2021

-

Groundbreaking Jongdal Project in Jeju

건축가이자 엔지니어로서의 두 번째 커리어를 시작하는 뜻깊은 날이 시작됐습니다. 2021년 11월 11일 드디어 종달리 부지에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에 허가를 받았지만 디자인을 보완하여 다시 허가를 받은 것이 2년 전이니 거의 4년만에 드디어 시작을 하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10 년 후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도 합니다. 제주에서의 일과 삶이 아직 상상이 잘 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해왔듯 헤쳐가며 해볼 생각입니다.

09.11.2021

-

HI JONGDAL!

2017년부터 계획해온 제주도에 종달리 주택을 드디어 4년만에 시작합니다. 설계부터 시공과 감리 그리고 운영까지 건축이 태어나서 살아가는 전 과정을 합께 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10년동안 스무 채 정도의 집을 지어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작년의 신사블루스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주택 시공에도 도전해볼 계획입니다. 원래는 올해 신사블루스 프로젝트를 마치고 바로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완공 후 운영에 시간이 걸리면서 늦가을로 미뤄졌습니다. 겨울을 앞두고 있어 공정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지 걱정이 되긴하지만 한채의 집을 완성하기.위해서는 서른 개 이상의 공정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24.09.2021

-

My Gumi featured at C3Korea

https://www.c3korea.net/my-gumi-by-poly-m-ur/

22.09.2021

-

Shinsablues Taping Story

작년 이맘때 신사블루스 현장의 비계를 아슬아슬하게 타며 콘크리트 타설을 위해 열심히 비닐 보양을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1년이 지난게 놀랍다. 현장은 마감이 가까울수록 많은 종류의 보양이 필요하다. 노출콘크리트 손보기를 제일 마지막에 하면 좋겠지만 비계 해체를 미리 해야하고 창호 설치를 미리 하면 손이 안닿는 곳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먼저 헤야했다. 노출이 최종마감인데 창호도 설치되기 전에 완료했으니 아무리 특별한 마감이 없는 상가라 해도 지속적으로 보양을 해야했다. 특히 계단은 많은 자재들을 옮겨야하는데 일하는 분들이 아무리 주의한들 흠이 나기 마련이다. 애초부터 많은 걸 바라지 않는게 좋다. 결국 미리 보양을 하는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는 테이프 자국이다.

06.09.2021

-

Blues about Waterproofing at Shinsablues

비가 많이 올때면 1층 바닥에 살짝 피어오르는 패턴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습기다. 혹시 몰라 1층 내부 바닥에도 우레탄 방수를 해서 천만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지하 천정까지 물이 흘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문제들을 맞닥드릴때마다 일반 건축주들은 얼마나 화가 날지 상상이 안될 정도다. 그 원인은 분명히 시공 과정에 있다는게 더 문제다. 즉 예측이 충분히 가능했고 조금만 더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면 막을 수 있었단 의미다. 물이 새면 전부 드러낼 수도 없고 코킹만 어떻게 덧시공해서 상황을 넘길 생각만 제발 만들지 말고 미리 시공할때 챙겨준다면 얼마나 예쁠까 싶다. 방법은 너무 단순라고 명료하다. 방수 전에 표면을 일단 잘 말리고 청소를 철저히 해서 이물질을 최대한 없앤 후에 약한 코너 부위를 우레탄 실런트 충분히 발라서 보강한다. 그 위에 프라이머 칠을 하고 상도 하도 두 번을 입히고 최종적으로 우레탄 방수를 완료한다. 이 과정 중에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누수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너무 운이 좋아서 방수를 안해도 누수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너무 큰 운을 바라는 것이다. 오히려 물이 눈에 안보이는 곳으로 흘러들어간다면 이젠 어디서 새는 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사태가 커지고 만다. 신사믈루스에서의 단 한가지 문제는 코너에 우레탄 실런트로 보강을 안했다는 거였다. 방수 사장님께 열심히 건의했건만 돌아오는 답은 그럴 필요없다 문제없다 유별나다 등등이었다. 돈 주고 일시키는 사람이 왜 관철을 못시켰을까 싶겠지만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분들을 일반 잡부 부리듯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경우엔 반대로 기술적인 도움을 받기도 하기 때문에 그 분들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오히려 문제는 시공사의 소장님들이다. 경험에서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어떤 분을 만나느냐에 따라 방수처럼 잘 안보이는 부분에서 기술적인 격차가 더 벌어지기 때문이다. 한남동의 경우를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특히 외부가 내부보다 높은 1층 바닥 방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심지어 1층은 여건상 골조공사를 나눠서 했을 가능성도 높다. 지하는 대지를 최대한 파서 공사하기 때문에 좁은 현장여건에서 자재를 적재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슬라브를 끊어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부위에서 외부에서 들어온 빗물이 줄줄 새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신사동의 경우에도 1층 내부에 방수를 안했더라면 지하 천정까지 샜을 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까지도 고생하고 있는 한남용 빌딩의 누수 문제도 동일한 이유일 가능성이 높다.

20.08.2021

-

Silicone Sealant remedy for all leaking problems?

21세기 대한민국 건축 현장에서 가장 놀라는 점을 꼽으라면 코킹과 에폭시에 대한 의존이다. 비가 새서 방수하는 분을 모시면 실리콘 실런트( Silicone Sealant) 즉 코킹 건 하나 들고 다니면서 이리저리 틈을 매우려고 한다. 근본적으로 물이 새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데 있건만 다 뜯어서 하기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므로 임시방편으로 때우는 것이다. 코킹의 수명이 기껏해야 2 년도 안되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제일 어이없는 건 바로 창호 코킹이다. 이건처럼 상장까지 하는 회사가 있는 마당에 창호와 건축 사이의 누수는 여전히 수명이 3년도 안되는 실리콘에 의존해야 한다.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 수축팽창을 거듭하다보면 아무리 신축성이 있는 소재라 하더라도 크랙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철근콘크리트와 창호 사이에 빈 공간을 엉성한 우레탄 폼으로 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작년에 언급한 바 있다. 창호 잘 만들고 독일제 핸들을 쓰면 뭐하랴. 결국 그 중요한 빗물은 코킹으로 막아야 한다. 도면에 개스킷이나 충진재를 잘 그려놓아도 소용없다. 어짜피 코킹에 기댈테니까. 결국 물이 새도 또 코킹 탓을 하며 보수를 할텐데 이때 가장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다. 기존 코킹을 깨끗이 걷어내고 완전히 새롭게 실리콘 시공을 해야하건만 소위 덧방을 하고만다는 것이다. 심지어 눈으로 크랙이 간 곳을 찾아서 그곳만 실리콘을 덧대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물이 콸콸 새는 게 아니라면 그 작은 틈이 눈에 과연 보이긴 하겠는가? 보인다고 해도 창호를 두르고 있는 코킹을 다 걷어내고 표면을 깨끗이 한 후에 다시 시공울 하는게 상식이 아니겠는가. 모르면 모르는대로 말을 안하면 못들었으니까 그냥 덧방을 치고 마는 것이다. 기껏해야 30분 더 하면 될 것을 그마저도 빼먹으면 일이 훨씬 더 수월해지긴 한다. 하루 일당을 받아가는건 마찬가지다. 스카이 한번 타고 눈으러 쓱 보고 샐만한 곳에 코킹 좀 덧대주고 받아가는 금엑이 50이다. 그렇게 해놓고 최소한 비는 안새야할텐데 소나기에도 새버린다. 그럼 시공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순 있을까? 물 새는 건 하늘의 뜻이므로 맡길 수밖에 없다.

14.08.2021

-

Endless Story about Youngju Family Center

작년 5월 40팀과 경쟁해 그 어려운 현상설계에 당선된 영주가족어울림센터 프로젝트가 이미 시공 중에 있어야 하건만 아직 실시설계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너무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는데 건축주인 영주시는 속이 타 들어가다 못해 없어졌을 정도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작년 연말엔 마쳐야했던 일이 도대체 왜 이렇게 늦어진 걸까? 우선 누구 탓을 할 수는 없는 게 늦어진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언급을 하고 싶은 점은 과업수행의 내용 자체가 과연 반년 내에 마칠 수 있는가다. 개인이나 기업이 아니고 국가의 일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합리적이지 않은 점이 있다면 개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설계용역기간이 예상보다 이렇게 늘어지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최근 친환경과 안전,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면서 각종 인증과정들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행 초기인지 설계에 이 기간들이 제대로 포함되지 않다보니 6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늦어진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반년 내에 마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현상설계 지침서에 있었고 계약서에도 명시되어 있다. 변명의 여지 없이 용역수행자 잘못이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우리처럼 용역 중지를 하고 더 기간을 늘려서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 하니 그렇다면 뭔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설계기간 6개월은 기본 중간 설계 후 바로 실시설계를 시작해도 겨우 마칠 수 있을까말까한 일정인데 요새 관에서 요청하는 BF(Barrier Free) 인증기간만 최소 3개월이다. 제로에너지 등급을 위한 2개월은 뱔도다. 거기에 지역에서 법으로 정한 각종 심의들 기술심의, 내역심의, 도심의 등 너무 많은 허들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현상안이 너무 좋으니 이대로 지으면 좋겠다고 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기쁨도 잠시.각종 보고회와 회의들이 기다리고 있다. 기관장 의견도 들어야하니 최종보고회까지 마쳐도 끝까지 괴롭힐 수 있는 건 견적이다. 아무리 심의를 잘 통과하고 인증서를 받았다 해도 설계가 예산을 못맞추면 될 때까지 해야한다. 이 지난하고 복잡한 과정에 관계된 분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얼마나 힘들어질 지는 가늠이 안된다. 그래도 영주는 총괄건축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성공적으로 지역에 공헌했기 때문에 어려운 시점에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이 되어있다. 점점 더 건축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건 긍정적이다. 하지만 좋은 건물을 짓기위해 필요로 하는 모든 과업들을 수행하기엔 현재 용역기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25.07.2021

-

White Bleedings_Shinsablues

백화 현상은 벽에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바닥에 생길 경우에 난감한 경우가 더 많다. 신사믈루스가 완공된지 두달이 지나가면서 아쉬운 점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아쉬우면서 어떻게 다르게 하면 좋았을지 잘 모르는 단점은 단연 외부계단 바닥을 돌로 마감한 것이다. 문제는 다름아닌 백화 현상인데 석재 업체에서 이미 얘기도 했고 예상도 했지만 바보스럽게도 이 정도인줄 몰랐다는게 문제였다. 원인은 돌은 결국 자연재료고 뭐든 흡수하고 마르면 내뿜는다는 점이다. 석재는 강건해보여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흡수율이란게 있다. 라임스톤처럼 무른 돌일수록 물을 잘 빨아들이고 화강암은 적은 양이지만 그래도 흡수한다는 뜻이다. 마천석처럼 단단한 석재도 비가 오면 젖어서 진회색이 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결국 돌을 시공할 땐.수분을 흡수하는 걸 고려해서 공기가 통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런데 외벽에 돌을 붙일 때와 달리 바닥에 붙일 땐 시멘트를 사용해서 타일 붙이는 공법을 쓴다. 그 시멘트 성분이 비가 오거나 습기가 차면 돌에 흡수되고 마르면서 백화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금속 구조물을 만들고 그 위에 돌을 붙이면 공기가 잘 통해서 문제가 없지 않을까? 그런데 그렇게 못하는 이유가 다 있다. 외부 계단은 비 올 때를 대비해서 바닥 경사를 3차원으로 잡아야하기 때문이다. 금속은 아무래도 유연성이 떨어진다. 또 다른 이유는 돌은 실측에 따라 미리 재단해도 현장 상황에 맞게 잘라가면서 붙여나가야 하다보니 미리 금속으로 하지를 만들어놓는게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외부계단 바닥에 해놓은 방수는 일종의 도막인데 금속 구조물을 앵커로 콘크리트에 고정을 하면 방수층이 깨지게 된다. 물론 방수 보강을 하면 되겠지만 나중에 누수 취약부가 된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시멘트를 사용해서 외부계단에 바닥돌을 붙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권하고 싶지 않은 공법이다.

13.07.2021

-

Highstreet Story 1_Apgujeong-dong

압구정동은 아시안 게임이 있었던 86년까지만 해도 중산층이 살던 평범한 아파트 단지 중 하나였다. 물론 그때 이미 공식적으로 금지되었던 일본 만화나 뮤직비디오가 버젓이 거리에서 비춰지곤 했지만 가장 결정적으로 압구정을 핫하게 만든 사건은 바로 맥도널드 한국 매장 1호가 들어온 것이다. 지금이야 정말 배고파도 찾을까말까 하는 패스트매장 중 하나지만 당시엔 소문으로만 듣던 빅맥 버거를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빅맥은 버거 두개를 겹쳐서 만드는데 한 입에 들어가질 않을 정도로 크다고들 했다. 다들 직접 먹어보진 못했고 출장으로 미국에 다녀오는 분들의 과장을 반복하다보니 벌어진 촌극이었다. 어쨋든 맥도널드 1호점 건너편 아파트 단지에 전세로 살던 우리 가족은 부모님이 맞벌이라 자주 식재료 배달을 시켜먹던 슈퍼마켓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갑자기 좋은 빵집이 들어온다며 사라진 자리에 맥도널드가 들어온 것이다. 덕분에 집에 밥이 없을 때마다 빅맥을 먹으러 갔는데 당시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치 가보지도 못했던 미국에 있는 느낌이었다. 그때까지 햄버거를 파는 패스트푸드 점이 없었던 게 아니었지만 맥도널드는 확연히 달랐다. 일단 공항처럼 계산대가 여러 개 있는 압도적 광경에 눌리곤 했다. 심지어 묘하게 미국 냄새가 나는 거 같았다. 소문엔 감자를 포함해서 모든 식재료들을 미국에서 사가라고 했다니 그 묘한 미국 냄새는 거기서 연유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빅맥을 한번 먹어보려고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는데 상상하기 힘든 광경들이 펼쳐졌다. 가장 핫한 카페나 클럽에나 있음직한 비주얼의 선남선녀들이 몰려든 것이다. 응답하라 1998에도 나왔다던데 당시 유행했던 영화 프리티우먼에 나왔던 초미니스커트를 입은 언니들을 맥도널드에 가면 자주 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서울올림픽이 있었던 88년엔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상당히 불안했지만 사상초유의 경제성장을 했으며 한국이 조금씩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대학교는 여전히 최류탄에 신음했지만 간혹 빨간 액셀 자동차를 끌고 다니는 대학생들을 볼 수 있던 때기도 했다. 특히 압구정엔 해외로 자주 출장다니던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일단 해외문물에 빨랐다. 90년대가 되면서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당시엔 도피유학으로 오해받긴 했지만 일찍 외국으로 공부하러 간 학생들이 꽤 있었다. 결국 이 친구들이 방학을 맞아 돌아올 때마다 맥도널드의 압구정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당시 뭔가 달라도 달랐던 패션과 씀씀이에 들썩이는 분위기까지 조장됐다. 물론 도화선에 불을 붙인 건 서태지의 등장이었다.

10.07.2021

-

HighStreet

영국엔 어느 동네든 하이스트릿으로 불리는 거리가 있다. 장을 보고 밥을 먹고 차 한잔하며 이웃과 얘기 나눌 수 있는 소위 마실이다. 보통 기차나 지하철 역을 끼고 있어 출퇴근 길에 항상 지나치고 동네 어디서도 접근하기 좋은 길이다. 주거지 한가운데 있어서 사람들이 모이기 쉬운, 소위 커뮤니티 거리가 된다. 재미있는 건 하이스트릿에서 하이(High)와 로우(Low)는 서로 반대말이지만 상대적이란 점이다. 더 높거나 낮지, 절대적으로 높은 건 없다. 주거지에서 보면 가장 이동이 빈번하고 번화하다는 의미에서 하이스트릿으로 불리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처음엔 동네의 작은 가게나 시장이 있던 곳에 인구가 늘고 사람들의 이동이 빈번해지면서 하이스트릿이 된다. 바쁜 정도에 따라 런던 같은 대도시의 중심 상업거리도, 지방 소도시의 시장통도 모두 하이스트릿으로 불린다. 도시의 상업 거리는 자연 발생적이고 자생적이다. 평범한 주거지에 카페들이 하나 둘 생기고 거리가 활발해지면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한다. 이를 감당하지 못한 카페들이 나간 자리에 매출이 높은 음식점이나 주점이 들어선다. 최종적으로 인건비 비중이 낮은 옷집이나 화장품 가게들이 남으면 저녁에 불이 꺼진 거리는 적막에 휩싸이고 로우스트릿이 된다. 이 사이클에서 건축은 표피로 인지되고 이미지로 소비된다. 기 디보르(Guy Dibor)의 ‘스펙타클의 사회’에 나옴직한 문구 같지만 실은 서울의 하이스트릿 이야기다. 여기서 건축은 주인공으로 초대받지 못한다. 조연이지만 주어진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야 한다. 익명의 사용자를 위한 건축과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한다. 서울에서 80 년대까지 가장 핫한 거리를 꼽으라면 명동과 종로 딱 두 곳이었다. 통금이 있던 시절 크리스마스 이브 하루에만 12시 영업제한이 풀렸는데 밤새 사람들로 넘치던 명동 거리를 비춰주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90 년대 초 서울에 새로운 하이스트릿이 등장했는데 바로 압구정이었다. 당시엔 새로운 상권의 등장을 신기해하면서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모습에 우려 섞인 눈빛을 보내곤 했었다. 오랫동안 업무와 상업 지역이던 종로와 명동에 비해 압구정은 평범한 주택 단지였던 곳에 카페나 레스토랑 같은 기능들이 스며들면서 만들어졌다. 소위 핫한 거리의 시초였다. 우연히 그 한복판에 살고 있던 난 지극히 평범했던 주택가가 어떻게 하이스트릿으로 변해가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 처음엔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서 용도를 바꿔 쓰다 나중엔 신축 건물들로 채워지면서 거리의 모습이 바뀌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그 후로 다양한 하이스트릿을 경험하면서 상업이 어떻게 건축과 지역을 바꾸고 재생하고 한편 쇠퇴하게 하는지 연구하게 됐다. 런던의 동쪽 올드스트릿(Old Street), 하이베리(Highbury) 같은 저렴하고 위험하기까지 했던 지역들이 예술가의 이동에 따라 어떻게 문화와 상업의 하이스트릿으로 변해가는지, 서울의 이태원, 한남동 같은 곳들이 어떻게 뜨고 지는지, 그리고 소비되는지. 건축은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03.07.2021

-

Our Sweet Homes 01

방송을 통해 접하는 집들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다. 제주도 삼각집에서 보았던 옴팡진, 그러니까 지면에서 조금 내려간 거실은 보자마자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주거는 동굴에서 시작했다고 하지만 신석기시대에 들어서야 정식으로 강변에 나뭇가지를 엮어 지붕을 잇고 살았다. 암사동 선사유적지에 가면 복원이 잘 되어있는데 특이한 점은 집 내부의 바닥이 주위보다 낮다는 점이다. 말이 바닥이지 흙바닥이다. 그런데 주변보다 낮다는 건 여러모로 불편함이 따른다. 비 오는 날을 상상해보라. 요새도 1층 바닥을 어떻게든 올리려하는 마당에 당시라고 크게 달랐겠는가? 습한 건 당연하고 심지어 비가 들어오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바닥을 지면보다 낮게 하고 싶었을까? 무엇보다 중앙에 항상 피우고 있던 불 때문이었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꺼져버리면 그날 저녁식사는 쫄쫄 굶어야하고 밤새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동물들을 내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만큼 불은 공간을 바꿀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턱이 있으면 불 주위로 빙 둘러앉아 생활하기 편했을 것이다. 또한 지면보다 낮으면 둘레에 턱이 생겨서 따뜻한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므로 보온의 효과도 있다. 턱을 이용해서 기대 앉거나 물건들을 두기도 좋다. 이런 장점들이 습기와 물이라는 단점을 극복할 만큼 필수적인가 하는 점이다. 흥미로운 건 여러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옴팡진 바닥을 고수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본능적으로 느끼는 편안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삼각집의 옴팡진 거실은 본능을 건드리는 편안함이 있었다. 바닥이 흙과 접하는 면적이 넓으면 추운 겨울에 더욱 추울 수 있다. 특히 온화한 제주의 기후에도 잘 어울려서 더욱 좋다. 이렇게 로컬하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들을 모아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02.07.2021

-

Subcontractor_Concrete Works

건축주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실제로 공사를 수행하는 협력업체가 누구인가일 것이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이안건설 등등 도급건설사는 많이 들어봐도 철근콘크리트, 설비, 전기 등 전문 시공업체에 대한 정보는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대기업에 맡겨도 정작 실제 일은 전문공정업체에서 하기 때문에 건축의 퀄러티는 그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사블루스 프로젝트를 직영으로 할 수 있었던 것도 여러 협력업체들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시공을 한다는 의미가 직접 일을 하겠다는게 아니라면 관리를 하는 것이므로 협력업체의 네트워크가 그만큼 필수적인 것이다. 이 중에서도 소규모 건물에서 골조공사만큼 중요한 공정이 있을까? 뼈대를 빨리 해놓고 마감에서 잘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마감공사들은 철근콘크리트 공사보다 계약금액이 적다. 한마디로 영세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골조공사에서 생략해도 됨직한 외벽이나 내벽, 수벽들을 생략하고 마감에서 보충 하려면 두세 배의 노력이 들어가므로 시간 비용을 절감하지도 못하고 품질도 확보하기 어렵다. 이론적으론 현장에서 철근콘크리트 공사 같은 물쓰는 공사를 줄이고 건식 공사 비율을 늘려야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음에 불구하고 현실은 녹록 치 못하다.

06.06.2021

-

Becoming an Engineer-Architect

산업 자본주의 이후의 건축은 구조와 장식, 슬라브와 계단, 파사드와 공간 등으로 나뉘고 구분되어 왔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대량생산되는 자동차처럼 산업의 일부가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탄생한 근대주의 운동은 인본주의를 표방했지만 정작 삶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꼬르뷔지에의 근대건축의 5 원칙 중 자유로운 평면은 공간으로부터 구조를 분리했고, 자유로운 파사드는 공간으로부터 입면을 떼어냈다. 이로써 건축가는 디자인의 자유를 얻을 수 있었지만 정작 인간의 삶과 동떨어진 개념들이 강조됐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건축가 없는 건축’처럼 자생성에내 꿈은 엔지니어이자 건축가다. 막 활동을 시작했을 땐 그림만 잘 그리면 누군가 실현시켜줄 것이라 착각했던 거 같다.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설계한 적도 많았는데 건축은 스스로 얘기한다는 걸 시간이 좀 지나서 깨달았다. 대한 관심을 갖는 이유도 요소들이 구분 없이 통합된 건축의 가능성 때문이다. 오버 아룹의 전설적인 구조기술자였던 피터 라이스는 그의 멋진 책 “Engineer Imagines”에서 스스로 건축가-기술자(Architect-Engineer)로 언급되는 것을 영광스러워 했다. 그에게 엔지니어는 같은 문제에 대해 단순히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창의성이다. 구조 공식을 써서 정답을 찾는 건 기술자지만 다양한 재료와 구법을 고민하며 독창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진정한 엔지니어라 했다. 대학 졸업 후 현장 기사로 건설사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힘든 현장 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아 불평을 늘어 놓을 때면 아버지는 나중에 건축가가 되었을 때 큰 도움이 될 거라 하시곤 했다. 당시엔 크게 와 닿진 않았지만 최근에서야 깨닫는 게 있다. 좋은 건축을 만들기 위해선 시공을 직접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과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엔지니어-건축가여야 한다는 점이다.

01.06.2021

-

Surfing Architect

건축가는 마치 거친 파도 위에서 서핑을 하는 것 같다. 멋지게 파도를 타고 싶은데 아직도 파도가 두렵다. 날아다녀도 부족한데 기우뚱 거리기 일쑤다. 심지어 물에 빠지기도 한다. 수만번을 연습한 거 같은데 아직도 부족하다. 파도가 두렵고 힘들지만 즐겨야한다. 차라리 하늘을 훨훨 날아보고 싶은데 파도를 벗어나자니 어떻게 춤을 춰야할 지도 모르겠다. 멋진 몸짓을 만들고 싶은데 막상 파도에 맡기지 않으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도 모른다.잔잔하면 재미없고 너무 거칠면 뒤집어진다. 물 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대견한데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하늘을 날듯이 파도로부터 자유롭게 비행하고 싶다.

01.05.2021

-

Shinsa Mistake Blues

건설 현장에 참 어이없이 벌어지는 실수들이 많은데 미리 방지할 수 있는 게 많다.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분들께 한가지 서운한 점은 이렇게 하면 에프엠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어떻게든 편한 쪽으로 한다는 점이다. 물론 미리 꼭 확인을 하긴 하시는데 요지는 대략 이렇다. 도면대로 하면 정식이긴 하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조금 바꾸면 문제도 없고 절약할 수 있다. 둘 중에 어떤 걸 택할 지 물어본다. 참 어려운 순간이다. 도면대로 하면 비싸고 굳이 그렇게 안해도 된다는데 심지어 저렴하다. 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래도 저래도 상관없다지만 그렇담 굳이 물어볼 이유는 뭐겠는가? 헷갈리는건 굳이 저렴한 옵션을 권하는 이유인데 기회비용 때문이다. 한 현장에 하루 더 일하느니 다른 일을 하는게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 전문공정 전문가분들은 소위 양반이다. 그런데 워낙 시간에 쫓기고 돈에 움직이는 세상이다보니 하자없고 품질좋은 건물을 짓고 싶은 건축주한테는 요지경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25.04.2021

-

Shinsablues Civil Works

간혹 화장실에 가면 배관이 작으니 휴지를 버리지 말라는 황당한 메시지를 보게 된다. 21세기 화장실 배관이 도대체 얼마나 작기에 휴지가 못내려갈 정도란 말인가? 건물을 아무리 잘 지었다고 해도 물이 새도 문제지만 잘 안빠져도 얼마나 괴로운 일일까 상상이 안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은 조금이라도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흐르는게 단순한 원칙이다. 냇물처럼 화장실에서 외부로 나갈땐 관경이 계속 커져야 물 사용이 많을 때도 감당할 수 있다. 그런데 도면엔 지름 250밀리로 설계되어있는 관이 현장에선 150밀리면 충분하다고 한다. 심지어 아파트 단지도 100밀리로 한다니 누구 말을 믿어야할지 모르겠다. 결국 문제는 내부 배관뿐만 아니라 건물 외벽에서부터 도로의 하수관까지 어떻게 연결하는가가 제일 중요하다. 이 모두가 땅에 묻혀서 잘 안보이는게 가장 큰 문제다. 그 중요한 일을 토목시공업자는 외주를 줘서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심지어 그 외주업체의 담당자조차 아침에 작업지시만 하고 휙 가버리니 남겨진 작업자들은 도면에 뭐가 그려있던 상관없이 편하게 헤버린다. 옆에서 같이 있는데도 잠시 한눈을 팔면 딴짓을 해버리기 일쑤다. 토목 설계를 아무리 잘한들 땅속 상황은 파보기 전엔 정확히 알기 힘드니 설계도 현실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막상 열어보면 도면을 적용하기 어려우니 외부 배관을 연결하더라도 물이 빠져나갈 정도로 경사만 맞춰나가는 식이다.

17.04.2021

-

Shinsablues Waterproofing

시공을 아무리 잘했어도 물이 샌다면 부실공사라도 한 것처럼 평가가 박할 수밖에 없다. 한편 시공하신 분들은 다 잘했어도 부실공사한 취급을 당하니 서운할 수 밖에 없다. 신기하게도 같은 원인을 두고도 방수 처방은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지어 이삼십 년 경력의 방수전문가라 해도 처방법은 각기 다르다. 그러니 누가 하느냐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이에 앞서 방수에 최선의 방법은 골조공사를 잘 하는 것이다. 일본 시공현장에 견학다녀온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콘크리트 타설을 완벽하게 해서 방수를 안한다고들 한다. 믿기진 않지만 어쨋든 신사블루스 현장은 노출콘크리트라 타설때마다 기사 때도 안했던 직접 나무 망치를 두드려가며 최선을 다 해봤다. 결론은 표면은 잘 나왔지만 방수를 안해도 될 정도는 아니었다. 슬라브는 타설시에 미장공을 따로 불러서 슬라브 상부와 벽에 끊어치는 부분들을 일일이 미장을 해보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면이 고르고 단단해져서 방수를 할때도 좋다. 참고로 방수는 원바닥 위에 하는 게 가장 좋은데 그러러면 면이 최대한 골라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현장은 슬라브 면과 코너 부위가 좋지 않아서 방수공들이 시멘트액방이란 미명 하에 미장을 하자고들 한다. 이유는 면이 고르지 않기 때문에 바탕면을 골라야 편한 의도가 크다. 그런데 믄제는 이 위에 우레탄 방수를 하게되면 미장과 함께 떠버려서 하자가 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시멘트액방은 최대한 거부해야 하는 이유다. 이렇게 해도 어쩔 수 업이 끊어치거나 이어친 부위 등 각종 조인트들에서 물이 들어올 수 있다. 특히 1층과 지하 사이의 슬라브는 외기에 접하는 곳이 주변보다 레벨이 낮을 수도 있기 때문에 주변에 물이 고이기 쉽디. 이어친 부위에서 그 조인트를 따라 물이 흐르면서 지하천정에서 누수가 발생하게 되먼 이젠 정말 대책이 없게 된다. 1층이 실내지만 바닥에 우레탄방수를 한 이유다.

10.04.2021

-

Shinsablues Project Story

흔하디 흔한 노출콘크리트 마감에 하늘이 살짝 보이는 외부 계단. 사진을 올리기도 민망할 정도로 평범한 이곳을 민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지 미처 몰랐다. 비좁은 작업 공간 탓에 비계를 올리고 발판을 달아 여럿이 매달려 형틀을 조립하는 것도 쉽지 않컨만 행여 타설시에 터질까봐 노심초사하는 건 별개였다. 형틀을 해체하고 난 후에도 면을 고르게 하고 발수제만 바르는 건 불안해서 KCC에서 나온 불소수지를 추가로 뿌렸는데 비가 오면 그 진가를 발휘한다. 빗물들이 연꽃잎에 떨어진 것처럼 콘크리트 표면에 물방울이 맺혀 떨어진다. 비록 외부지만 옆 건물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색유리를 설치했다. 단판유리에 세라믹 코팅을 해서 햇빛을 받아도 떨어질 염려가 없는게 장점이다. 그런데 작년 겨울 전에 노출보수공사를 먼저 하다보니 창틀이 나중에 끼워지는 문제가 생겼다. 조심하더라도 당연히 틀을 설치하면서 노출면을 손상시키기 마련이다. 그래도 너무 늦어지게 둘 순 없으니 한번에 끝낼 수 있는 일을 두번 할 각오를 해야한다. 그만큼 시간에 쫓겼단 의미인데 골조공사 자체가 늦어지다보니 전체 공정이 밀리게 된거다. 옥상 캐노피에 방수를 하고 돌을 깔고 유리 난간까지 설치하니 이제 제법 볼만한 공간이 됐다. 건축은 하나하나 사람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30.03.2021

-

Shinsablues Project’s Waterproofing Window

일조권 문제로 경사진 외벽에 창문도 같이 기울면서 우려됐던 누수 문제는 현실이 됐다. 창호회사에서 제안하지도 못하는 공법을 고민해서 소위 품을 많이 들여 적용했건만 바닥에 물이 떨어진 흔적을 발견했다. 가장 큰 원인은 우리나라의 비가 거의 폭우에 가깝다는 점이다. 항상 부슬거리는 유럽에 비하면 동남아에 가깝다. 거기에 겨울 추위까지 혹독하니 기밀성까지 좋아야한다. 밖에서 내리는 비와 내부에서 발생하는 습기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하는 꼴이다. 특히 창문이 경사지는 경우엔 문제는 더욱 커진다. 빗물이 기운 유리를 따라 흐르다보면 수직으로 바로 떨어지는 경우보다 유리나 창틀에 잠시라도 머물 가능성이 높고 그 주변에 작은 틈이라도 있으면 누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대부분 창틀과 골조턱 사이에 누수가 많이 생기지만 그 틈을 미장으로 매우고 외부에 방수테이프를 일일이 붙인 후에 후레싱으로 창틀과 골조턱 사이를 매웠다. 이 이상 뭘 어떻게 더 할 수도 없어서 결국 수직바와 수평바 사이에 기밀성을 의심하게 됐다. 창호회사 담당자는 옥상에서 물이 새서 내려오는게 아니냐는 식이었지만 스카이를.타고 직접 물을 뿌려서 보여주니 인정하긴했지만 결국 처방법은 실리콘 즉 코킹 보강이다. 21세기 알루미늄 창호기술이 발전하고 있다지만 결국은 영구적이지도 않은 코킹에 지나치게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21.03.2021

-

Miserable Story about Changdong Sanggye Bridge

2020년에 가장 실망스러운 일을 들라면 단연 창동상계교량 프로젝트였다. 무리스러운 일정, 갑질, 공모전에 당선된 안에 대한 무의지 등 관일을 하면서 예전에 실망했던 점들이 아직도 반복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주변 상황을 무시하고 우리 디자인을 지킬 만큼 스스로 강하지 않기에 제도와 체계에 기대보았건만 힘들게 선정한 안을 어떻게든 실현시켜보겠다는 의지를 전혀 경험하지 못했다. 건축 쪽은 지난 10 년간 서울이나 지방할 것 없이 좋은 사례들이 얼마나 지역을 바꿀 수 있는지를 통해 변화가 있었지만 토목 쪽은 구태의연한 분위기가 여전했다. 각종 심의만 잔뜩 늘려놓고 뒤로 숨어서 면피는 할지언정 당선안에 대한 존중이나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토목에서는 디자인으로 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의외다 보니 공모전을 통해 당선됐다는 사실 자체가 큰 구속력을 가질 수 없었다. 서울시에서 발주한 거의 최초로 건축과 토목이 같이 일하는 프로젝트로 의미가 있었지만 밥그릇을 빼았기는 기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이유로 시민을 위해 훌륭한 교량을 설계는 공통의 목표가 아니었다. 기술심의, VE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다보니 문제도 없고 장점도 없는 그저그런 안이 나오기 마련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같이 팀업을 했던 교량팀들은 설계뿐만 아니라 제작까지 하는 업체들이었다. 그들에겐 턴키 프로젝트였던 것인데 결국 설계는 서비스고 시공 과정에서 이윤을 남겨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안전하면 공법은 어떻든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거 같은데 굳이 참여사들의 특허까지 적용하다보니 시공비를 낮출 수 없었고 중요한 건축적 요소들은 모두 사장되어 버리고 말았다. 걀국 처음 그림이 실망스러운 결과가 되어버린 건 무엇보다 잘 헤쳐가지 못했던 스스로의 문제였음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짧게 나마 경험을 통해 느낀 건 건축보다 수명이 훨씬 더 길고 우리의 환경에 더할 나위없이 중요한 도로나 교량을 기획하고 설계하여 시공하는 분들이 달라지지 않고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었다한들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 것처럼 비춰질 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비슷한 시기에 발주되었던 백년의 다리 프로젝트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들리는 얘기에 심의에 휘둘려 처음 의도대로 잘 안되지 않나 싶다. 앞으로 좋은 공간환경을 만들어보겠다는 헹정가들의 의지와 의도가 실제에 잘 안칙될 수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10.03.2021

-

Shinsablues Civil Engineering Works

건물을 짓는 과정을 크게 둘로 나눈다면 그 결과물이 그대로 눈에 보이는 공정이냐 아니냐로 나눌 수 있겠다. 예를들면 욕실에 타일은 잘못 시공하면 그대로 눈에 보이므로 잘 할 수밖에 없겠지만 바탕은 일단 안보이므로 대충하기 쉽상이다. 시공 현장은 이렇게 걸과물이 노출되지 않는 공정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근콘크리트 공사의 철근배근부터 전기배선, 설비 등 건물의 내구성과 사용성, 유지관리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공정들이다. 잠깐 한눈을 팔면 금방 덮어버리기 때문에 당장은 괜찮은 거 같지만 나중에 문제가 터지면 정말 수습불가인 경우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소위 부대토목공사는 가장 대표적인 공정이라고 할 수 있다. 건물에 상수도를 연결하고 화장실의 하수와 오수를 나가게 한다. 빗물이 외부로 잘 빠지도록 통로를 열어주고 전기와 통신선을 연결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마디로 건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세상과 이어주는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일들을 대게 준공 직전에 워낙 급하게 하는데다가 주변의 민원까지 고려하다보니 후다닥 하고 덮는 식이 되기 싶다. 거기에 수도사업소의 외주업체는 수도계량기 설치만 하고 얼른 가려하는데 하수와 오수가 연결되기 전에 미리 해버리면 배관들 레벨이 꼬일 수도 있어서 진퇴양난인 경우가 많다. 거기에 전기, 통신맨홀, 빗물받이, 오수맨홀과 하수맨홀까지 연결하고 되메우기까지 해야 비로소 부대토목공사를 마치게 된다. 모두 땅속에 묻히기 때문에 빨리 하고 덮는데 치중하기 마련이지만 이번에 드러난 지하층 옹벽에 방수를 철저히 해야 나중에 문제가 없게된다. 흙막이공사에 썼던 토류판과 빔들도 외부에 노출된 이상 조금 더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제거하거 철저히 방수까지 하는 게 좋다. 작년 폭우에.한남동 지하에서 물이 샜을때 땅을 파보니 토류판들이 썪으면서 지하외벽과 생긴 틈을 따라 물이 들아오고 있었다. 시공사가 부대토목 공사를 했을 때 좀더 꼼꼼히 챙겨줬더라면 피할 수도 있었겠지만 사방에서 빨리 끝내라고 성화인데 해봤자 알아주지도 않는다면 누구라고 하려들겠는가? 건축주는 문제가 터져야 비로소 인지할텐데 말이다. 신사블루스 프로젝트에서는 시간과 돈을 들여 꼼꼼히 하고 있긴한데 잠깐 안보는 사이에 방수보호몰탈하시는 분이 전기인입하려고 찾아둔 배관자리를 묻어버리고 말았다.

06.03.2021

-

Shinsablues Project Floor Mortar

마감이라고 할 것도 없는 평범한 내부를 만드는데도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지 미처 몰랐다. 선후 공정을 맞추고 적절한 타이밍을 택해서 미리 보양까지 완벽해야 뒤탈이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현장은 작업자 본인이 그날 와서 할 일만 생각할 뿐 전에 있었던 일이나 미래에 벌어질 일에도 관심없기는 마찬가지다. 여러 공정들이 들어오는 마감공사에센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얘를 들어 벽에 석고보드를 붙이고 바닥에 거의 액체 상태인 시멘트몰탈을 부어서 방통을 치면 물이 석고보드에 스며들어 젖어버린다. 슬라브와 벽이 닿는 코너마다 일일이 테이핑을 해서 몰탈이 닿아도 스미지 않게 해야하는데 과연 누구의 일인가가 문제다. 상식적으러는 바닥미장을 하는 분들의 일일 거 같긴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 관리자가 챙기지 않으면 결국 원치 않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18.02.2021

-

Shinsablues Project’s Scarffolding Removal

건축은 부분들을 모두 합한 것 이상의 무엇이다. 마치 생명체에서 부분들을 모두 합해놓는다고 해도 살아움직이지는 않듯이 말이다. 부속을 모으면 움직이는 기계와는 다르다. 건축은 살아있는게 아니니까 기계에 가깝다. 하지만 사람들이 살면서 끊임없이 바꾸고 변형하기 때문에 반응하면서 만들어진다. 건물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분명해진다. 현장의 작업자들은 매일매일 각자 공정에 따라 맡은 일만 한다. 땅을 파고, 뼈대를 만들며 전기와 물을 넣는 등 수많은 일들이 투입되지만 현장에서 건물 전체의 그림을 머리속에 넣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건축가, 감리, 시공사 소장 정도가 아닐까? 거의 일년동안 현장을 덮고 있던 펜스와 비계를 해체 후 드러난 모습에 일하러 자주 오시던 작업자들도 처음 보는 건물처럼 대하는게 오히려 놀랍다. 무엇보다 비계 해체 과정은 모든 공정 중에서 가장 힘들고 그만큼 거칠었다. 특별히 도비공으로 불리는 전문 비계해체 인원들이 투입되었지만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까지 겹쳐 보기만 해도 긴장이 될 정도로 무척 위험했다. 결국 듣고 보니 어쩔 수 없는 이유들로 2층 높이에서 파이프와 연결철물들을 도로로 던져야 했는데 차량 통행이 빈번한 1차선 일방통행 길을 막고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쨌든 이제 펜스를 걷고 건물 모습이 드러났는데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일을 하고 계시던 분들도 대놓고 새삼 놀라는 걸 보면 건축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29.01.2021

-

Shinsablues Project’s Time to Remove Scaffoldings

신사블루스 프로젝트를 시작한지도 벌써 1년이 되어간다. 설마 1년을 넘길까 했는데 현실이 되었다. 추석명절 전에 옥탑 골조공사 마무리를 못하고 연휴 후로 넘겨야했을 땐 며칠 차이였는데 결국 한달 이상 늦어지게됐다. 소규모현장에서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마치고 자재들이 빠져야 마감공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일 지 모르겠다. 그리고 마침내 준공을 위해 선행되어야할 중요한 과정이 바로 외부비계를 해체하는 일이다. 외부비계가 있으면 간섭이 되서 마무리가 안되기 때문이다. 덮는 1층 외부슬라브 방수를 해야 주변도로와 만나는 조경과 외부 마감을 할 수 있는데 비계는 그야말로 가설재로 골조부터 외부 마감 공사에 필수적인 요소다. 만일 외부 작업 중에 하나라도 빼먹는다면 비계 해체 후엔 스카이 등 고소작업을 위한 장비를 타고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쓸데없이 추가로 내야하는 장비대도 그렇지만 바쁜 도로에 장비를 대고 작업해야 하는 불리함을 감수해야한다. 관리자가 미리 챙기기만 하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몇 번이고 꼼꼼하게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매번 비계를 탈 때마다 안전대가 있긴 하지만 저 아래로 떨어지는 걱정을 자주 해서인지 가끔 꿈에 나오기도 한다.신사블루스 프로젝트를 시작한지도 벌써 1년이 되어간다. 설마 1년을 넘길까 했는데 현실이 되었다. 추석명절 전에 옥탑 골조공사 마무리를 지었어야 했는데 작은 물량이라 레미콘 회사가 도와주질 않았다. 결국 연휴 후로 넘겨졌을땐 불과 며칠 차이였는데 골조 자재정리가 같이 늦어지면서 한달 이상 늦어지게됐다. 소규모현장에서는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다 마치고 가설재들이 빠져나가야 각종 마감공사들이 시작할 수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 마침내 준공을 위해 선행되어야할 중요한 과정을 앞두고 있는데 바로 외부비계를 해체하는 일이다. 외부비계가 있으면 간섭이 되서 특히 외부에 마무리가 안되는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노출되는 1층 외부슬라브들도 방수를 해야 주변도로와 만나는 조경과 포장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계는 그야말로 가설재로 골조부터 외부 마감 공사에 필수적인 요소다. 유일하게 아파트만 사람이 줄 하나로 버티며 페인트를.칠한다. 비계 해체 전에 외부 마감을 놓친게 있다면 이제부턴 스카이 등 고소작업을 위한 장비를 타고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추가로 내야하는 장비대도 그렇지만 바쁜 도로에 장비를 대고 작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한다. 현장 관리자가 미리 챙기기만 하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몇 번이고 미리 꼼꼼히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15.01.2021

-

Shinsablues Project Quality vs. Efficiency

수공예운동은 근대에 들어서면서 디자인과 만드는 과정이 나누어지는 현상에 대한 두려움과 반감으로 나타난 문화운동이다. 미술사에서 다소 시대에 뒤진 반근대적인 현상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21세기 강남 한복판에서 건축주이자 설계자 시공사와 감리의 역할을 동시에 하다보니 디자인과 만드는 과정이 철저히 분리되먼서 생기는 문제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물론 설계와 시공을 나누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는 건축을 하는 데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서로 검증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직접 일을 하는 전문업체들이 아니고 그들을 관리하고 건축주와 조율하는 도급 시공사까지 있어야하다보니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일이 빈번하다는 점이 문제다. 아무리 시공사가 훌륭하다고 한들 그 아래에서 일하는 토목 골조 전기 설비 등등의 단종전문업체들이 누구인지 소비자들은 모르고 계약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정작 실제 일은 계약한 도급업체가 아닌 그들이 하는데도 말이다. 건축주들이야 시공사가 좀 부족해도 감리를 잘하면 되지 않냐 싶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아무리 감리를 잘한다고 해도 큰 그림없이 하루하루 돈으로 움직이는 작업자의 퀄러티까지 제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건설현장에서 만족할만한 품질을 얻기 위해서는 좋은 협력업체들과 같이 일하는 도급업체를 만나야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일을 잘한다는건 대부분 시간을 남들보다 더 써야 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항상 좋은 건물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지만 싸면서 좋은 퀄러티를 바라는 건 절대로 하지 말아야할 일이다. 그러므로 적정한 공사비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가 핵심이겠다. 특히 설계가 표준이 아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일수록 비쌀 수밖에 없다는 이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독특한 디자인을 했는데 가격까지 저렴할 수는 없다. 예산이 적으면 주변에서 하는 표준 디자인을 택하는 것이 맞다.

06.01.2021

-

Detail Proposal from a good friend

신사블루스 프로젝트의 경사 유리창 디테일에 대한 고민을 보고 지인분이 스케치를 해서 보내주셨다. 하부 턱에 미장으로 경사를 줘서 빗물이 역류하지 않도록 한 방법은 동일했는데
상부 인방골조를 좀더 날렵하게 하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상부면이 수평이 아니면 지금보다 더 창틀과 간격이 벌어질텐데 괜찮을지 우려가 되긴하다. 우리는 알루미늄 창호 회사들이 대형화가 되면서 매출 올릴 궁리나 하지 정작 누수 등 소비자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들은 소홀히 하는게 아닌가 싶다. 해외에 비해 창 크기도 못늘리고 둔탁한 창호만 잔뜩 있는게 창호 회사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유리 회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유럽에선 창호는 어떻게든 최소화하려하지만 우리는 정반대다. 스틸 창호가 건축가들 작업 사이에서조차 보편화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거다. 유리의 최고 높이가 3.5미터라니 이해를 통 못하겠는데 몇 년 전에 들렀던 포스코 선릉 건물엔 너끈히 6미터 정도 되어보이는 유리들이 쓰이고 있었다. 스틸 창호가 적용되어서 가능했을지 모를 일이지만 어쩌다 우린 창호 천국이 되어버린걸까?

26.12.2020

-

Shinsablues Project Shopfront Story

설계하면서 일조권을 받는 건물 벽이 경사져 있을때 함께 기울어진 창문에 이렇게 많은 하자의 요인이 있는 지 몰랐다. foa에서도 디자인 대안을 만들때 경사벽에 뚫린 유리창을 디자인하면서 전혀 부담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막상 실제로 짓는 과정에 참여해보니 이미 설계 단계에서 누수가 우려되는 점이 많았다. 여러 피할 수 없는 요인들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콘크리트 뼈대와 창호 사이의 간격을 우레탄으로 채워야하는 현실에서 경사창은 창호 자체가 기울어있기 때문에 빗물이 한번 뚫리면 내부로 타고들어오기 더 쉽다는 점이다. 알루미늄 창호는 유리와 직각으로 만나야하기 때문인데 외부에 마감재가 있으면 창호 주변을 방수쉬트로 둘러 붙여서 골조면에서 창을 통해 들어오는 물을 막을 수 있지만 노출콘크리트는 그마저도 어려운게 문제다. 방수쉬트가 외부에서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온전히 코킹으로 불리는 실리콘에 의존해야 하는데 문제는 영구한 재료가 아니하는 점이다.

13.12.2020

-

Shinsablues Project Shopfront

상업건물의 샵프론트를 처음 시작했던게 에프오에이 입사했을 때니까 벌써 16년 전 일이다. 샵 프론트는 건물 전면에서 유리와 프레임으로 이루어지는 큰 유리창을 뜻한다. 유럽에서는 유리 높이가 5미터 이상 충분히 디자인할 수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우리나라는 3.5미터를 보통의 최대크기로 한다. 아마 유리회사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유럽과 달리 메이저 창호회사들 때문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어쨌든 골조를 마치면 창틀을 설치하고 최종적으로 유리를 끼우는데 문제는 골조와 창호 사이를 우레탄폼으로 채워야하는데 있다. 단열 문제에는 우수하지만 누수에는 취약한 것이 단점이다. 우레탄폼이란게 부풀면서 채워지기 때문에 그 사이사이의 공극을 다 매울 수가 없는게 문제다. 빗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외부벽을 따라 흐르는 빗물이 외장재를 타고 내려가면 소위 코킹에 도달한다. 창호 주변의 빈곳을 매워주는 코킹 즉 실런트는 신축성이 있어서 이런저런 공극을 매우기는 좋지만 영구적이지 않은게 문제다. 한두 해 지나면 소위 코킹이 깨지면서 그 사이로 물이 들어갈 수 있는데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우레탄폼에는 방수 혹은 차수 기능이 없다보니 내부로 빗물이 스며서 흘러들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레탄 충진은 일회용 건으로 액을 쏴서 부풀어오르게 하는 것이니 완전히 밀실하게 할 수 없다면 다른 대안이 있음직도 하건만 현재로선 그 이상의 방법이 없다는게 문제다. 시방서엔 방수액을 섞은 시멘트몰탈을 채우는 방법이 쓰여있기도 하지만 알루미늄 프레임 단열에 별 관심이 없던 8,90년대는 이 방법을 적용하기도 했지만 창호주변에 생길 우려가 있는 결로 문제를 고려하면 현재로선 우레탄 폼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게 문제다.

23.11.2020

-

Shinsablues Project M&E

건축은 사람의 신체와 유사한 점이 많다. 뼈대 를 외피가 덮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수많은 핏줄들처럼 물과 전기 통신 가스가 돌아다니는 걸 보면 마치 커더란 사람 같기도 하다. 철근콘크리트 공사가 인체에서 뼈대라면 물을 사용하고 방에 불을 때며 컴퓨터를 켜기 위해 전기 수도 가스 통신 등 수많은 배관과 전기선들은 혈관이다. 전기 선들은 콘크리트 타설시 바닥과 벽에 미리 매립해서 최대한 우리 눈에 최대한 띄지 않도록 하지만 물이 흐르는 배관들은 구배 즉 경사도가 있어야해서 슬라브나 보에 미리 배관하지 못한다. 겨우 어떻게 미리 묻어놓는다고 해도 나중에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하수관이나 급수관들은 골조에 매립하지 못하고 슬라브나 보 하부로 다니기 마련이다. 한편 전기나 상히수도 못지않게 인터넷이 보편화된 요즘 통신선들도 건물 구석구석까지 도달해야 한다. 여기에 잘 쓰이진 않지만 법에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티비와 전화선들까지 합하면 몸속의 혈관만큼 무수한 선들이 건물을 돌아다닌다. 전기선은 미리 콘크리트에 묻어놓은 빈 파이프에 전기공들이 일일이 전선을 한쪽에서 밀고 다른 쪽에서 당긴다. 가끔 막힌 관은 어디가 막혔는지 찾아서 뚫어줘야 한다. 일종의 스탠스 시술이다.

10.11.2020

-

Shinsablues Shopfronts

골조공사를 마치고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창호를 발주하는 일이다. 창틀이 끼워져야 내부와 외부 마감을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창틀이 얼마나 빨리 설치되는가에 따라 공사 마무리 일정이 정해진다. 보통 실측 후에 현장에 창틀이 들어오는 시점이 3 주 정도 걸리고 유리까지 끼우는데도 한달 이상 걸리는 일정을 감안하면 완공을 언제할 수 있는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공정이다. 그렇게 잘대공기를 창틀을 미리 발주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골조공사를 아무리 잘 해도 도면과 오차가 있기 마련이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도면을 기준으로 창틀 발주를 해버리면 서로 전혀 맞지않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무작정 미리 할 수도 없다.

29.10.2020

-

Shinsablues Project Cosmetics

노출콘크리트는 말 그대로 골조공사 자체가 건물의 마감재가 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타설을 정말 잘 해서 그대로 마감이 되야하는데 실제론 손을 안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단 콘크리트를 그대로 노출해서 두면 오염에 취약하다. 발수제를 바르긴 하지만 수용성이라 한두 해 지나면 효과가 없어진다. 건물도 옷처럼 유지관리가 필요하다지만 2 년마다 건물 전체를 매번 발수제로 바른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많은 노출콘크리트 건물들 외부가 많이 오염되는 이유다. 그래서 발수제를 바른 위에 불소수지도장까지 하기로 했다. 일종의 피막을 두르는 것이다. 코팅면이 있기 때문에 왠만한 빗물과 먼지를 흘려버린다.

23.10.2020

-

ShinsaBlues Project Ceremony for Topping Concrete

한남용 프로젝트의 이후 근 4년만에 신사동블루스 현장의 상량식을 거행했습니다. 목조건물의 경우 사람의 척추처럼 가장 중요한 대들보를 올릴때 뼈대가 끝났다는 의미에서 상량식을 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철근콘크리트 구조가 대부분이니 마지막 층이나 옥탑층 타설을 마무리하며 하게 됩니다. 매번 특별한 이벤트지만 특히 이번은 직접 공사를 하는 입장에서 더 각별했습니다. 목수 입장에서는 봉투를 벌 수 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돼지머리에 얼마가 들어가는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재밌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동안 같이 고생해주신 (주)금아개발의 김흥권 대표님과 송소장님 외에 김명철 팀장님과 목수팀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5.10.2020

-

Shinsablues Project Conrete Work Error

콘크리트 공사는 20 년 전에 현장기사로 일할 때도  매일같이 지겹도록 봐왔는데 이번엔 느낌이 좀 달랐다. 물론 주인의식이 강해서겠지만 시공비도 골조공사로서는 충분히 책정했기 때문에 어떻게 다를까 하는 기대도 컸다.결론적으로는 대체로 만족이었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자재도 적재하기 힘든 좁은 대지에 각 층 평면이 모두 다르다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어려움이었다. 거기에 외부 마감이 100% 노출이다. 장마가 길긴 했어도 결정적으로 6개층 골조공사를 하는데 무려 6개월이 걸렸다는 사실이 난해도가 어땠는지를 짐작케한다. 건축은 건설이라는 산업을 통해서 실현된다. 산업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적절한 효율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끊어치는 부위에 일일이 청소하고 미리 노출된 곳은 비닐보양을 직접 하면서 느낀 점은 이렇게 챙겨도 효율이 떨어진다고 힘들어하는데 정말 제대로 하는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상상조차 안된다. 타다오 안도나 스위스의 골조공사처럼 완벽한 콘크리트는 돈의 문제가 아닌지 모른다. 목수 한 팀이 일반 프로젝트를 통해서 벌어들일 수 있는 매출 즉 기회비용이 있기 때문에 면적 대비 공사비로 산정하는 것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퀄러티를 만드는 건 돈이 아닌 정성과 자발성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다라고 하면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

11.10.2020

-

Shinsablues Project Wrapping Surface

신사블루스 프로젝트 골조공사에 콘크리트 타설이 총 10회 있었는데 지하층을 제외하면 총 6번이었다. 노출콘크리트 마감의 장점은 외장재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만 반면에 와장재가 없기 때문에 골조공사의 모든 실수들조차 노출되는 문제가 있다. 타설 전후로 챙겨야할 것들이 정말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비닐보양이다. 전에 타설했던 표면 위로 콘크리트 타설시 발생하는 시멘트물이 떨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게 별거냐 싶겠지만 생각보다는 많은 양이 정말 줄줄 떨어진다. 그냥 자국만 남으면 다행인데 때론 울퉁불퉁하게 되기도 한다. 건물 외벽 전체와 노출되는 내벽을 최소 한번 이상 필름으로 덮었다. 비계를 타면서 덮다보니 위험한 상황들도 많았는데 이제 마무리된다니 감회가 새로울 뿐이다.

30.09.2020

-

ShinsaBlues Project_Basement Waterproofing

지하외벽방수만큼 해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할 수 있을까? 특히 지하외벽을 흙막이에 붙여서 여유없이 시공한 합벽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신사블루스 프로젝트가 위치한 신사동은 50년대까지만 해도 한강이 홍수땐 자주 범람하던 곳이었고, 60년대 강남 개발을 하면서 매립했기 때문에 지하수위가 상덩히 높다. 이미 지하에 물이 많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으므로 집수정을 여유있게 크게 파서 누수가 생겨도 외부로 유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막상 이번 장마에 지하벽이 왕창 젖는 걸 보면서 완공 후에 지하가 너무 습하지 않을까 걱정이 커졌다. 결국 이 문제 어떻게 해결할 지를 두고 열 개 이상의 방수 업체와 논의했다. 결국 외벽 콘크리트 타설시 거푸집이 터지지 않도록 용접했던 철물을 타고 들어오는 누수와 바닥에서 올라오는 물이 문제였는데 이렇게 많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의견들을 내놨다. 시멘트액체방수를 한 후에 누수 부위만 보수하자는 안, 조인트 부위를 전부 파취하여 방수액으로 막자는 안 등등 다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실리콘 계열액을 주입해야 한다는 업체는 심지어 시공을 하기로 했다 포기하기도 했다. 시멘트액방은 결국 골조면에서 들뜰 수밖에 없어서 효과가 없으므로 누수 부위에 에폭시 액을 주입하여 물 깋을 막는 방식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장마 전에 미리 해서 비가 많이 올 때 방수 경과를 보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공간벽을 쌓기 전에 몇 차례 누수 부위에 에폭시 주입하며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시간을 버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27.09.2020

-

Generative Diagram

차석으로 건축과에 입학했던 날 이후로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때는 에이에이스쿨에서 스튜디오 대표로 오픈 크리틱을 했던 날이 아니었을까? 벌써 20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그 때가 생생하다. 첫해 마음 고생을 많이 하고 과연 건축을 계속 하는게 맞는지까지 고민을 했는데 마음이 절실하면 하늘이 알아주는지 정말 좋은 스튜디오에 들어가게 됐다. 당시 씨로 나흘레 교수님은 제일 인기가 많아서 1차 인터뷰 경쟁률이 5대1이 넘을 정도였다. 참고로 에이에이스쿨은 제비뽑기 대신 교수들이 인터뷰에서 직접 학생들을 고른다. 만일 2,3차 인터뷰에서도 선택을 못받아서 인기 없는 반으로 가게되면 비싼 학비 내고 일년을 공부해야할 뿐만 아니라 그 다음해까지 안좋은 영향을 끼치기 쉽다. 그 긴장된 인터뷰부터 남미분이라 뭔가 편하다 싶었는데 더욱 신기했던 건 내가 3년간 현장기사였던 사실을 매우 좋아하셨다는 사실이다. 아마 스튜디오의 타이틀이 Life Engineering이었는데 엔지니어로 현장에서 일했다고 하니 좋아하셨던 거 같다. 결국 이 날의 인연은 코넬대에서 같이 티칭하는 인연으로 이어졌는데 결국 하버드에 같이 가지 않기로 하고 건축가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하며 이타카를 떠나오던 날 후로 다시 뵙진 못했다. 4,5학년 2년동안 일주일에 세 번의 튜토리얼과 세미나로 정말 많이 배웠다. 들뢰즈와 마누엘 드란다, 베르그송 등을 읽으며 건축의 개별성과 잠재성, 프로토타입과 시스템, 도면과 다이어그램의 개념을 익혔다. 2년동안 다이어그램이 어떻게 도면으로, 건축으로 발전해가는지 배울 수 있었다. 점들 사이의 관계로부터 선으로, 그리고 면으로 발전하는 과정이었다.전체 매스를 먼저 만들어놓고 부분들로 분할해가는 전통적인 방법 대신 부분으로부터 시작해 전체를 만들어가는 구축의 가능성을 알게 된 것이다. 3학년의 소프트룸 프로젝트에서처럼 수학적으로 정의된 하나의 단위 곡선을 반복하여 전체를 만드는 구축의 방식을 익힌 것이다. 작은 단위로부터 출발해 전체를 만들어가는 Bottom-Up 개념을 이론만이 아닌 디자인 과정에 직접 적용하며 체화할 수 있었다.그 방법론은 군집 이론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거치는 방식이었다.

23.09.2020

-

Foreign Office Architecture

한때 거장들에겐 그들만의 비법이 있을 거라고 믿었던 적이 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것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택했던 것 같다. 그런데 디자인을 제대로 가르쳐줄 줄 알았던 에이에이스쿨에서도, 당시 핫한 사무실 에프오에이에서도 기대하던 비법은 없었다. 결국 신기루였다는 걸 깨달았다. 훌륭한 이론가이자 건축가로 알려졌던 알레한드로와 파시드는 철저한 분석과 데이터, 다이어그램으로 설계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막상 사무실에 들어가보니 직원들 닥달해가며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모델링은 고사하고 그들이 직접 그린 스케치조차 보기 힘들었다. 믿기 힘들지만 좋은 직원들이 그들의 재료였던 셈이다. 아마 에이에이스쿨에서 훌륭한 학생들을 상대로 지도했던 방식이 사무실에서 그대로 연결되었는지 모른다. 혹은 그들이 한때 몸담았던 OMA의 전통일 수도 있다. 심지어 요코하마국제항만 안도 당시 학생이었던 한국사람이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었으니까. 후문으로는 당선 후에 파트너로 승진시켜 달라는 요청에 잘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어쨌든 그들은 디자이너라기보다는 선생이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 그래도 열심히 일하며 배운게 없는 건 아니었다. 에이에이스쿨에서 익숙해졌던 개념적인 설계법들을 현실에 발을 붙이고 어떻게 건축으로 만들기 위한 도구로 바꿀 수 있을지 고민했다. 전체를 미리 그리지 않고 부분들을 조합하는 데 익숙했던 당시에 갑자기 볼륨 스터디와 파사드 디자인을 따로 해야한다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에이에이스쿨에서 배웠던 것보다 우리나라에서 했던 공부가 더 도움이 될 정도였다. 거의 3년 내내 저녁도 안먹고 밤 열시까지 야근이 기본이고 마감땐 새벽 서너시에 집에 가기 일쑤에 주말 중 하루는 출근을 해야하는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며 얻은 게 없는 건 아니었다. 에이에이스쿨에서 배우지 못했던 지극히 건축적인 레시피들을 익힐 수 있었다.

13.09.2020

-

The Last Cast of Shinsa Blues

지난 반년동안 진행되었던 신사블루스 프로젝트의 노출콘크리트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어려운 설계라 대략 5달이면 마무리될 거라 예상했지만 올여름 너무 길었던 장마로 한 달이 더 늦어졌습니다. 직접 시공소장으로서 일을 챙기다보니 그동안 감리를 하면서 요청했던 일이 합리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퀄러티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로 정성을 기울여야 가능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노출콘크리트는 마감없이 시공과정의 실수들이 여과없이 보여지는 가장 솔직한 공법입니다. 대충 해놓고 마감이 있으니 괜찮다는 불필요한 논쟁이 필요없지만 끊어치는 부위를 수도 없이 청소해야 한다거나 이미 타설된 곳이라도 그 다음층 타설 전에 모두 비닐로 몇번이라도 보양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이제 마지막 옥탑과 파라펫 골조를 추석 전에 마치면 본격적으로 마감공사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22.08.2020

-

Shinsblues Project_Casting Concrete on the 4th Floor

신사동 블루스 프로젝트 골조공사가 후반부에 접어들었습니다. 4,5 마무리 골조공사를 앞두고 우천으로 지연되어 추석 전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지가 넓고, 각층 평면이동일한 건물이었으면 완공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자재를 적재할 여유공간이 작고 층마다평면이 모두 다른 신사동 블루스 같은 프로젝트는 시간이 이상 걸리기 마련입니다. 특히이번 여름은 40 이상 비가 내렸던 2013 이후 가장 자주 비가 많이 내린 여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젠 골조 이후의 공정들이 하나둘씩 시작되어야 때입니다. 우선 마지막 타설을 마치면 바로 창호 발주를 내야 합니다. 창호가 설치되어야 비로소 거의 모든 내외부 마감을 있기 때문인데 도면과 골조공사 사이에 오차를 인정하지 않으면 창호 주변에 코킹으로 매워야할 부분이 너무 커져서 일찍 발주를 수도 있습니다. 대략 한달정도 기다려야 창호가 들어오는 고려하면 9 초에 발주를 하면 추석 이후에는 설치를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17.07.2020

-

Copyright Issue02. Forest of Wisdom in Sejong City

얼마전 우연히 마주친 넷플릭스 화면에 익숙한 공간이 눈에 띄었다. 배우 김수현이 오랜만에나오는 드라마였는데 작년에 완공한 세종 지혜의숲이 배경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잠깐 비치는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비중있는 씬이었다. 주인공이 마주치는 장면이었으니 당연하다. 공간을 설계한 건축사무소는 저작권을 갖고 있는데 누군가는 촬영 동의를 해줬을 것이고 그에적합한 비용도 지불이 되었을 터인데 나에게 촬영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는 문제다. 세종지혜의숲뿐만 아니라 파주아시아센터도 함께 묶어서 세트로 찍은 보면 파주출판재단에서 진행한 같은데 건축가를 존중하는 그들의 문화를 고려해보면 참으로 의외다.

13.07.2020

-

Copyright Issue 01._Hannam Yong

얼마전 커다란 전광판을 통해 봤던 광고의 장면이다. 한남용 프로젝트에 입주해 있는 사장님이 나오는 장면이었는데 처음엔 회사로고만 보이더니 나중엔 건물 내부의 창문들까지 나오고 말았다. 차라리 아예 외부 디자인이 암시될만한 단서가 안비쳤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을텐데 이건 고민을 해야할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세입자와 건물주 그리고 디자이너의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는 합리적일까? 건축가들은 그나마 건축주가 촬영비라도 챙겼겠거니 해서 그냥 넘어갈 지도 모른다. 그런데 건축가이자 심지어 건축주인 경우에도 아무 공지없이 상업광고 촬영을 내부에서 했다면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거다. 까다쟁이 건축가가 되고 싶지는 않겠지만 저작권에 대한 무시는 동료와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문제 제기를 필요가 있겠다.

06.07.2020

-

Shinsa Blues 3rd Floor Form Works

3 골조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다.  3 중순에 골조공사를 시작했으니 한달에 한층씩 올라오고 있는 셈이다. 3층은 1,2 층에 비해서 충고가 제일 낮아서 그나마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사동 블루스 프로젝트는 한남용 프로젝트처럼 각층마다 다른 층고가 적용되었다. 1 4미터, 2 5미터, 3 3.2미터, 4,5층은 더블하이트다. 1층보다 2 층고가 높은 이유는 임대에 1층보다 불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어느 방송에서 1 임대료가 건물 전체의절반이 되어야 한다고 들은 같은데 반대로 2,3층은 인기가 없다는 뜻이다. 한남용 빌딩부터 취했던 전략은 1,2층에 접근성과 층고의 장점을 나누는 것이다. 1층은 접근성이 좋은 대신동일한 최고 높이 내에서  2층에 높은 층고를 주는 식이다. 한남용 빌딩에서는 전략이정확히 들어맞아서 층의 임대로 차이가 별로 없다. 반면에 3층은 어짜피 업무용은 쓰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충고를 줄여서 임대의 부담을 줄이는 식이다. 그런데 이번 신사동 블루스프로젝트를 하며 깨달은 것은 이렇게 각층마다 층고를 달리 주면 골조공사가 어려워지고 비용이 많이 증가한다. 목수들이 한층을 세팅할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데 매층 새롭다면당연히 비쌀 밖에 없는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

28.06.2020

-

Shinsablues Project_2nd Floor Top Concrete completed

거의 모든 산업분야가 기계화된다고 해도 건설분야만큼은 가장 늦거나 아예 안될 지도 모르겠다. 특히 철근콘크리트 건물은 노동력과 사람의 기술력에 의존해야만 지어질 있다. 거기에마감이 없어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노출콘크리트 마감을 구현해보니 골조 공사를 구성하는목수, 철근, 콘크리트 공정 못지않게 공정의 작은 노력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고있다. 건설회사 못지않게 현장소장의 중요성을 짐작하게 있는 지점이다. 이번 2층을 타설하며 같은 곳을 얼마나 여러 청소했는지 모른다. 이어치는 부위, 슬라브 바닥, 특히 계단과 슬라브가 만나는 부위에 일을 하며 톱밥 이물질이 들어가면 나중에 보이게 된다. 목수나 철근일을 하며 청소도 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많이 바란다는 거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난 번의 교훈을 타산지석 삼아 타설 인원에 별도로 미장공을 따로 불렀는데 결국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결국 하루일당을 받고도 철근사이 미장을 못한다는 얘기로 시작하더니 하기로 했던 일의 절반만 하고 가버렸다

13.06.2020

-

Shinsa Blues Basement Bleeding Walls

골조 공사가 한창이지만 슬슬 다음 공정 고민되기 시작한다. 물론 뼈대가 올라간 제일 먼저 발주해야 공정은 창호다. 창이끼워져야 내부와 외부 마감을 완성할 있다. 그런데 골조 공사 중에도 미리 챙겨야할 공정은방수다. 특히 지하층 방수는 제일 많이 신경이 많이 쓰이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흙에 직접 접하는 벽은 누수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외방수 바깥 벽에 방수를 하면 물이 내부로들어오는 것을 미리 차단할 있어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도심지 공사는 대지가 비좁고 여유가 없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흙막이에 골조벽을 바로 붙여서 합벽으로 시공한다. 내부에서 방수를 해야한다. 그런데, 내부 벽에 방수를 하는 방식이 워낙 한정적이다보니 효과도 제한적이다. 심리적 방수란 말이 나올 정도다. 신사블루스 프로젝트도 지하 합벽 구간 용접으로형틀을 고정했던 부위들에서 약간씩 누수가 있다. 바닥에 가설계단을 놓다 생긴 파이프에서도물이 올라온다. 주변에 워낙 물이 많고 지하수위가 높은 근본 원인이지만 미리 막을 수도있지 않았을까란 아쉬움도 남는다. 바닥의 파이프는 타설 전에 자르는 대신 아예 없앴더라면괜찮았을지 모르고, 용접 부위엔 미리 지수링이라도 끼웠더라면 물이 새지 않았을 있었다. 시공 과정에서 매번 배워야 하는 상황이 싫지만 누가 해도 항상 반복되는 보면 어쩔 없는 아닌가 싶기도 하다. 누수 부위들을 페인트로 표시해 놓고 보니 의문이 든다. 도대체 지하 누수는 얼마만큼 틀어막고 얼마만큼 밖으로 유도하는 좋을까?

01.06.2020

-

Shinsa Blues Project Ground Floor Conrete Slab Construction

착공한 지 넉 달만에 1층 공사를 마쳤습니다. 노출콘크리트 마감은 타설 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걸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는 몰랐다. 심지어 소위 뒷치닥 거리를 시공사가 알아서 잘 해주겠거니 하는 건 순진한 낙관론이다. 건축주가 직접 추가로 노력을 해야 나중에 덧칠을 최소화하고 진정한 노출 콘크리트 마감을 얻을 수 있다. 요새 워낙 노출 콘크리트 화장 기술이 워낙 발달하다 보니 미송 노출을 제외한 거의 모든 마감을 재현할 수 있다. 하지만 외부 노출을 미장에 의존하면 콘크리트 표면을 갈아내기 때문에 처음엔 잘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염이 심해지는 것이 문제다. 진짜 노출콘크리트 마감을 얻기 위해서는 타설 시 진동기를 잘 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어치는 부분에 청소를 깨끗이 하는 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다. 벽 형틀을 대기 전에 이미 타설했던 부분을 깨끗이 청소해야 하고, 슬라브 작업 시에도 이 부분에 이물질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거푸집도 유로폼이라 불리는 저렴하고 표준화된 형틀을 사용할 수 없다. 표면이 깨끗해야 하기 때문에 일회용으로 쓰고 버려야 하는 코팅 합판을 일일이 재단하고 붙여야 한다. 유로폼은 표준화된 자재라 플랫타이와 핀으로 비교적 간단히 조립할 수 있지만 코팅합판은 일일이 구멍을 뚫고 볼트와 나비 경첩으로 체결해야 한다. 그 유명한 타다오 안도의 노출콘크리트에 있는 점들이 실은 형틀이 타설 시에 서로 벌어지지 않도록 묶어놓은 자리인 것이다. 안도 사무실에 대한 여러 일화들 중에서 타설시에 설계사무소 직원들이 나와 대나무를 하나씩 들고 진동기처럼 콘크리트를 쑤신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는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신사동도 타설 일에 전직원이 동원되어 노출 콘크리트의 퀄러티를 높이기 위해 역할을 나누어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우선 소장을 포함해 두 사람이 타설 부위에 고무 망치로 두드려서 재료분리 즉 곰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고, 슬라브 위에서는 정확한 타설 부위와 진동기 위치를 알려줘야 한다. 물론 레미콘 차가 들어올 때마다 기사분들께 음료수를 하나씩 드리고 한대씩 마친 후에는 도로 물 청소를 하는 일도 빠뜨려서는 안된다. 과연 이렇게 했을 때 노출콘크리트 마감은 어떻게 다를지 너무 궁금할 뿐이다.

27.05.2020

-

Shinsa Blues Project Cost Estimate

건물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돈과 시간이다. 그 중에서도 시공비만큼 예민한 것도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겠지만 설계와 인테리어에 따라 차이가큰 시공비를 평당 얼마로 설명하는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 층을 올리는 골조공사비는 도대체 얼마나 들까? 보통 물량을 기준으로 단가를 적용해서 공사비를 산출하는데시공을 직접 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산출하는지가 궁금하다. 철근콘크리트 업체 사장님과 계약을 하며 오히려 직접 시공하는 분이 면적당 공사비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물량은 참고일 뿐이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차이는 설계의 난이도다. 마들기 어려우면비싸다. 단순한 진리다. 골조 한 층을 완성하기 위해선 자재와 노동력이 필요한데 콘크리트와철근은 건축주 몫이고 형틀과 가설재는 고정적이므로 손이 많이 가는 건물의 견적이 달라지는건 당연한 거다. 신사블루스 프로젝트의 경우 지하층 골조공사에 170품 즉 170명의 인원이아침 7시부터 5시까지 내내 일해야 완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목수팀이 6명으로 구성되고철근, 타설팀도 있으므로 대략 하루평균 8명의 인원이 20일을 해야 한층이 완성된다는 얘기다. 자재비는 임대라 쳐도 인건비만으로도 한층 골조 공사비를 짐작할 수 있다. 보통 아파트기준층을 일주일에 한층씩 올리니까 신사동 블루스 프로젝트는 거의 세 배 비싼 골조공사인 셈이다.

08.05.2020

-

Shinsa Blues Project Art of Organizing Materials

좁은 현장일수록 자재들을 쌓는 한마디로 예술이다. 1 바닥 콘크리트 타설 먹을 놓고 바로 다음날 골조 공사를 위해 필요한 유로폼, 단관파이프, 철근, 각재들과 각종 부자재들을 모두 옮겨왔다. 크레인으로 시간동안 길을 통제하고 슬라브를 모두 채웠다. 먼저 형틀이 세워져야 철근이 있으므로 형틀 자재들이 자리를 크게 차지하고 철근들은 한쪽에 놓여진다. 전기와 설비 자재들도 구석에 정리해서 두어야한다. 선후공정에 맞게 자재 정리를 주의깊게 하지않으면 작업 동선이 길어지고 효율이 매우떨어진다. 심지어 공사 중에 계속 나오는 쓰레기들은 한쪽에 쌓아둬야 필요할 신속히 폐기물 처리를 있다. 시공은 그냥 마구 거칠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매우 정교하고 계산된 예술이다.

04.05.2020

-

Shinsa Blues Basement Top Concrete Completed

철거를 시작한지 정확히 90일만에 지하층 뚜껑, 그러니까 지상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을 완료했습니다. 상당히 따뜻한 겨울이었지만 철거를 시작했을 강추위를 감사했던 때가 어제같은데 벌써 달이 지났습니다. 현장은 열심히 돌아갔던 같은데 이제야 지하층 골조공사를 완료하고 보니 일이 많았구나 싶기도 합니다. 어려운 토목공사를 맡아서 열심히 해주신정민토목의 김경용 사장님과 박상철 과장님, 그리고 현장에서 고생하신 신상민 반장님 너무고생 많으셨습니다. 3월부터 까다로운 골조공사를 선뜻 맡아서 해주고 계신 금아개발 김흥권사장님과 매일 새벽 같이 현장에 와서 진두지휘하시는 송소장님 골조공사 마칠 때까지 부탁드리겠습니다.

25.04.2020

-

Shinsa Blues Story

콘크리트 타설을 하기 체크 리스트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걸까? 물론 철근배근이 가장떠오를 것이고 형틀 조립도 해야한다. 그런데 이건 현장에 발령난 기사들도 아는 수준이다. 특히 왠만큼 기술력 있는 골조팀은 대부분 알아서 하는게 철근이다. 형틀을 체크할 있다면 고수다. 물론 감리를 해야겠지만 보통 걱정하듯 공사비를 아끼려고 꾀를 부려 철근을 넣는 경우는 드물다. 모든 공정에서 안되는 부분이 바로 표면 청소다. 기존 공정과 후속 공정 사이에 표면을 깨끗이 하는 작업이다. 이어치는 부분, 끊어치는 부분, 방수, 미장 모든 후공정에서 청소를 해야하는 가장 이유와 목적은 하자 방지다. 특히 지하옹벽처럼한번에 완료하지 못하고 이어서  타설해야 하는 콘크리트 표면 사이에 이물질이 없어야 시간차를 두고 타설된 부분에서 누수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18.04.2020

-

Shinsa Blues_Dismantling Beams

겨울에 철거를 시작한지 두달 반만에야 지하의 토목 가시설 구조물들을 모두 걷어냈다. 아침 7시부터 주말도 가리지 않고 공사를 계속 했는데 속도가 빠르다는 느낌은 안든다. 심지어동네분들은 이제야 지하 뚜껑을 덮느냐며 걱정하실 정도다. 그런데 실은 지하층 골조 공사가시간이 제일 오래 걸린다. 지하 가시설 구조물들이 사방에 걸리기 때문에 옹벽을 절반만 타설한 후에야 가시설을 뜯을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신사동 현장은 자재를 야적할 공간이 없어서 지하층도 번에 나눠서 시공을 해야해. 한쪽 슬라브를 쳐서 복공판에 있는 자재들을 옮기고 나야 복공판 부분의 골조 공사를 진행할 있다. 오늘이 드디어 복공판과 나머지 토목가시설 구조물들을 완전히 걷어내는 날이다. 이제 뚜껑을 덮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11.04.2020

-

Paju Book City Rewind

파주출판도시를 때마다 혼란스러워진다. 건축가가 만든 도시는 과연 좋은 사례로 평가받을 있을까? 파주출판단지는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물들로 이루어진 국내 유일의 출판산업단지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마스터플랜부터 개별 건물의 설계까지 모두 건축가가 했다. 우리도 운좋게 파주의 몇몇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걸작을 남기진 못했지만 사회에서 만나기힘든 좋은 건축주들을 만나 즐겁게 일했다. 이제 2단계도 어느덧 완성되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새로운 의문이 생긴다. 여전히 파주에 도시란 느낌이 들지 않을까? 마치 조용한주택단지처럼 개별 건물들은 아름답고 좋은데 거리엔 적막만 흐른다. 특별히 파주 2단지에서건물 사이사이에 녹지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사유지에서 남는 외부공간들을 연결하여 공동 외부 통로를 만드는 획기적인 시도를 했다. 물론 모든 건축주들이 의도를 공감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말 휼륭한 시도였다. 건폐율을 지키느라 남는 공간을 모아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공의 길을 만든다는 의도다. 그런데 윤곽이 드러난 길엔 산책은 커녕 심지어 돌아다니는 행인도 별로 없다. 일단 굳이 길을 통해서 다닐 이유가 별로 없다. 우선 도시라는 곳에 밀도가 너무낮다보니 돌아다니는 사람들 자체가 적다. 건물 안에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데 나와도 곳이마땅치 않다. 개별 건물들은 멋진데 거리는 적막하다. 1층에 카페가 있는데도 밖에선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폐쇄적인 것도 한몫을 한다. 상업 자본주의의 현실에서 실현시키기 어려운 건축 개념들로 가득한 도시는 처음에 예상했던 곳이 되긴 걸까? 오히려 파주출판단지 바로외각의 거리가 비록 아름답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활력이 넘친다.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물들이 가득한 도시에서 활기는 찾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03.04.2020

-

Shinsa Blues Retaining Wall

콘크리트 타설할 가장 예민한 문제는 진동기 바이브레터를 얼마나 자주 대야하는지에달려있다. 기사로 일할 때도 알고는 있었지만 실전에서 보니 항상 그렇긴 하지만 기준이 애매했다. 실제로 타설공 옆에 있어보면 얼마나 자주 깊게 대야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타설공들에게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대부분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심지어는 언성이 높아지다 못해싸운 적도 있었다. 이러다보니 책과 현실 사이에서 뭐가 정답인지 전혀 몰랐고 솔직히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지금도 모르겠다. 같이 흐르는 콘크리트가 메워져 틈없이 시공되려면 필요한 진동기, 소위 바이브레더가 중요한데 기준이 애매하다는 거다. 시공책에는 수평50센티마다 깊이 1미터 이상 쑤셔야한다고 되어있긴한데 속의 얘기일 뿐이다. 현실은일을 편하게 하려고 그러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유는 콘크리트 타설시 거푸집이 터질까봐다. 목수들이 형틀을 아무리 하더라도 타설시 압력에 못이기 쉬운데 거기에 진동기까지너무 자주 대면 쉽게 터지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품질을 높이려다 거푸집 터져서 난장판을만들기보다는 곰보가 나서 나중에 보수를 하더라도 적당히 진동기를 쓰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출 콘크리트 마감을 위해 있는 방법은 한가지밖에 없다. 인간진동기가되는 거다. 예전에 타다오 안도 사무실 직원들이 콘크리트 타설할 대나무 하나씩 들고 쑤신다는 얘기를 듣긴 했었다. 그땐 안도 사무실이 얼마나 힘든지 얘기할때 듣곤 했는데 남의 일이아니었다. 솔선수범하며 대나무 대신 고무 망치를 쓰기로 했다. 타설공들도 일을 돕는다고 생각하게끔 아래서 형틀을 두드리기로 했다. 이번엔 지하벽이라 노출벽이 많지는 않지만 지상층을 테스트할겸 해보기로 했다. 반나절동안 계속 두드리니 어깨가 아파 과장해서 이틀동안앓아누웠다. 결과는 형틀을 뜯지 않아 아직은 모르지만 기대하고 있다.

30.03.2020

-

Lying Dragon Project completed

마지막 촬영을 마쳐야 프로젝트가 끝난 생각이 드는 나만이 아닐 거다. 커리어를 거의 동시에 시작한 신경섭 건축 사진작가도 같은 얘기를 하는 보면 다들 같은 생각인가 싶다. 와룡동은 조선시대 실제적인 궁궐이었던 창덕궁 바로 앞에 있다. 용이 누워있는 동이란 뜻인데 의외로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이름이라 한다. 궁궐 동네이니 달래는 의도로 그러지 않았을까. 건축주는 인사동에서 20 이상 골동품 갤러리를 해오신 분으로 어머니 지인이시기도 하다. 처음엔 기존 설계안의 외관이 마음에 안드셔서 외부디자인만 하는 걸로 시작했는데 결국 건물전체를 설계하게 되었다. 5 규모로 작은 상가인데 2017년에 시작해서 작년에 마친 보면 빨리 끝내는 재주는 없는 같다. 종로는 건축가들 사이에서 가장 일하기 힘든 지역으로꼽힌다. 땅도 경계선이 모호하고 허가도 어렵다. 지적경계선들이 워낙 오래 전에 만들어지다보니 심한 경우엔 1미터 차이가 나기도 한다. 오래된 지역이라 불법 건축물도 많으니 허가 과정도 쉽지 않다. 각종 심의와 지구단위계획도 따라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건축심의를 통과해서 착공을 하긴 했는데 이번엔 시공사가 말썽이었다. 근처 현장에서 소장을 했던 분이었는데월급 받으며 짓는 것과 스스로 월급 줘가며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26.03.2020

-

Shinsablues Project Gate Installed

시공기사로 일할 정말 하루하루가 재미없었는데 이유는 한가지였다. 아무 것도 몰랐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책으로 지식일 뿐이었다. 책에서는 원칙대로 하면 된다고 했지만 뭐가 먼저고 뭐가 나중인진 알려주지 않았다. 일현장에서 보고 있어야 것과 그냥 놔둬도 알아서 굴러가는 것도 구분되지 않았다. 오죽 했으면 안전모 안쓴다고 잔소리만 하고 현장을 다녔을까. 그때도 잘하고 소장님 사랑을 듬뿍 받는 공사 과장님은 굳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현장을압도했다. 사무실에서 때와 현장에 나가서 체크할 때를 구분하고 계셨다. 현재의 나보다 젊은 나이에 이미 그랬다. 결국 현장에서 년을 있었지만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온지도 십년이 넘었다. 그동안 설계와 감리를 반복하며 비로소 예전 경험들이 이해되고 소화되는 느낌이다.

21.03.2020

-

Shinsa Blues Reinforced Concrete Casting

오늘 드디어 지하 바닥 콘크리트 타설 일이다. 토목 가시설 공사를 하고 차수도 했는데 막상지하에 물이 고이는 보면 이곳이 강남 개발 전엔 한강변이었다는 다시 한번 깨닫게된다. 인간이 강변을 메워서 개발을 했지만 여전히 물은 땅에 가깝게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예전 강변 갯벌이 드러날 깊이까지의 흙은 풍화처럼 매우 좋았다. 삼전동 나홀로 아파트 현장도탄천변 매립지였는데 땅을 파보니 70년대 라면 봉지가 나올 정도로 그야말로 쓰레기 더미였다. 주변분 말씀을 들으니 영동 고등학교, 강남구청 땅을 파서 여기를 매웠다고 하신다. 어쨌든 지하 뚜껑을 덮을 때까지 안절부절 못하시던 예전 소장님들이 소심하다고 생각했는데막상 나도 시공사의 입장에 서보니 마음을 십분 이해할 있었다. 땅의 움직임은 아무도모르는 것이어서 빨리 지하를 덮어야 안심이 같았다. 지하 바닥이 과정의 1 관문이다. 그래야 띠장 단을 뜯어내고 옹벽을 시공할 있다. 후엔 최종 띠장을 걷으면 콘크리트 옹벽이 주변 흙을 지지하는 동안 벽철근 조립, 1 바닥 슬라브 형틀 조립, 콘크리트타설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앞으로 최대 달정도 걸릴 과정을 마무리하고 나면

15.03.2020

-

Shinsa Blues project Excavation Completed

마침내 토목 가시설 공사를 마쳤다. 아무 일이 없길 바랬는데 그건 자만이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아직 진행 중이라 공사를 마치면 밝힐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도 배운 많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건설회사, 유학, 설계사무소를 운영한 기간을 합하면 건축업에 종사한지 25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배울 있다. 건설현장은 언뜻 보면 문제 없이 되고 있는 같은데 맹점들이 숨어있다. 특히 토목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 잘못 하고 있는지 찾아내기가 어렵다.미리 알았으면 좋았겠지만 어쩔 없다. 한편 점이 건축의 묘미기도 하다. 내공이 있어야 핵심을 찌를 있다는 멋진 일이다. 지하 1 건물이라 쉽게 생각했던 가시설 공사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그러나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고 마쳤다. 이젠 골조 공사를 시작할 차례다.

05.03.2020

-

Shinsa Blues Project Ground Excavation

정확히 21일에 착공하여 한달만에 지하터파기를 위한 CIP 설치를 마무리했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소음도 없이 진행되어서 오히려 조금 불안하지만 차수도 해서 아무 문제 없다니미리 걱정은 안하기로 했다. 관건은 보이지 않는 속에 묻히는 공사가 제대로 되고 있는 지를 어떻게 확인하는가다. CIP 상부를 연결하는 캡빔 시공 굴착 공사를 시작한다. H 파일로 띠장을 두르고 2미터쯤 파내려간 다시 한번 두른다. 그리고 파내려간다. 이것을 2 이장이라 한다. 띠장으로 묶어주는 이유는 단순하다. 흙을 파면 주변이 무너지기 때문에 띠장은 버티는 역할을 한다. 차수까지 했기 때문에 걱정없이 하루에 조금씩 지하로 내려갔다. 사이트는 60 년대까지만 해도 한강변이었던 곳을 강남개발을 하며 매립했던 지역으로 도로 밑엔 여전히 하천이 흐르고 있으며 지하수위도 높다. 조건이 이런 곳에 차수는 필수적이다.

19.02.2020

-

Sinsa Blues Project CIP Construction

순간도 긴장을 늦출 없었던 철거가 끝나면 바로 지하층 토목 가시설 작업을 해야한다. 지하철 공사장에서 땅을 파기 전에 주변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가시설 작업을 해야하는 이치와 같다. 당분간 현장에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지하에 흙막이 작업을 마친 후에 땅을 파내려간다. 가시설 작업만 마치면 막상 땅을 파내려가는 시간은 얼마 들지 않는다. 신사 블루스엔CIP 적용했다. H 파일 사이에 토류판을 채우는 공법이 저렴하긴한데 아무래도 토류판이목재란 변수가 있다. 특히 요사이 도심지 공사의 위험성으로 인해 암반이 아니고서는 적용하기 힘들다. CIP 공법도 H 파일을 일정간격을 두고 시공하는 동일하다. 사이에 땅속 전봇대를 시공하고 연결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목재 토류판 대신 튼튼한 콘크리트 벽을 만들어땅을 파내려갈 주변 대지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한다. 차이는 토류판 공법은 지하 외벽 골조 시공을 마치면 H 파일을 빼낼 있지만 CIP 공법은 H 파일을 사장시켜야 한다. 워낙 두꺼운 철이라 고가의 자재라 비쌀 밖에 없다. 철거처럼 토목도 주로 장비들이 일을 한다. 현장 인원은 관리하고 지원하는 역할이다. 그런데 신사블루스 현장은 대지가 워낙 좁아서 장비들의 이동과 활동에 제약이 많다. 지하에 구멍을 뚫기 위한 전주오거, 레미콘을 받아두는 플랜트, 흙을 정리하고 레미콘을 옮기는 굴착기들이 서로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일을 해야한다. 여차하면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에 장비를 다루는 기사님들의 숙련도도 매우 중요할 밖에 없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주변 건물들의 기존에 있던 크랙이나 기울기 상황을 자세히 기록해 두고 주요부위엔 계측기들도 설치해주었다.

13.02.2020

-

Sinsa-dong Blues Temporary Fencing

These days, I’m bowing down to the demolition boss’s words that he could never go to school again after being scolded by his father on the Elementary school Entrance day. After the last week of demolition of the building that I could not let go of tension, a 6 meter high temporary fence has been installed around the site. After realizing that I had let the building where I spent my teens and twenties in the 90s go, I finally acknowledged that I was walking on a path that I could never go back again. Also, it is a construction site that’s coldly determined by how much profit you can make. On the site is none of the personnel or equipment used without reason. They do tend to find the best way to do things most economically and efficiently. On the other hand, even if you do the same job, it is the construction site where is evaluated with credibility, hard work, and technology. Even the owner cannot avoid their evaluation. After graduating from university and joining Daewoo E&C, I realized something at the first site. Architecture is presented to the world through the meeting of the most delicate and luxurious design side and the construction that is rough and sometimes tacky but skilful. This is because even the smallest things that the design office struggled with are realized only through the willingness to make them in the field.

 

초등학교 입학식 날 앞으로 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학교냐고 핀잔을 듣고 다시는 학교를 가지 못하셨다는 철거 사장님의 말씀에 새삼 고개 숙이게 되는 요즘이다. 하루하루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지난 일주일 동안의 건물 철거를 마치고, 건물 주변에 6미터 높이의 가설 펜스를 설치했다. 90 년대 10대와 20대를 함께 했던 건물을 떠나 보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나니 이젠 절대 뒤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이 돈이 얼마나 남느냐로 냉정히 판가름 나는 건설 현장이긴 하지만 말이다. 현장의 인원, 장비 중 어느 하나 이유 없이 투입되는 경우는 없다.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일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는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성실과 노력, 기술로 냉혹히 평가 받는 곳이 바로 건설 현장이기도 하다. 심지어 건축주도 그것을 피해갈 수 없다. 대학 졸업 후 대우건설에 입사해 발령받은 첫 현장에서 깨달았다. 건축은 가장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설계라는 분야와 거칠고 볼품 없지만 기술만으로 승부 나는 건설이 만남으로써 세상에 선보여진다는 것을 말이다. 설계사무실에서 고민했던 아무리 사소한 것들이라도 현장에서 어떻게든 만들어보려는 의지를 통해서만 실현되기 때문이다.

05.02.2020

-

Shinsa-dong Blues Demolition Day

The biggest challenge in building in Korea is how to deal with civil complaints from neighbours. Most Koreans have a wide range of understanding and generosity, but once there is a disagreement between them, there is no solution. Most of the clients I’ve met try to win them yet there is nothing left after all. It is they who lose time and money. It would be wise to approach in a rational way but they try to keep their pride without gaining anything. From their point of view, there’s no reason to lose. But there is no answer to the civil complaints. Even during the Hannam-dong project, I have asked about it because of its client even though there was a sound contractor. The appointed director does not intend to speak without pride unless he is a company representative. Resolving civil complaints may be his main task but always be one step late. He tends to ask the client to step in just before the construction stops. Often they missed time. Recently, I had a chance to watch a contractor, C&O, renovate a neighbouring building. Despite the fact that it was such a small project, rumours had been circulated that boxes of good fruits were turned around and asked for understanding before the construction began. In fact, after the construction began, a lot of dusts were blown and there were too many problems such as parking, yet every neighbour put up well. A few boxes of fruit that seemed unlikely and the words of understanding were very effective. Surprisingly, there are not all contractors who do always take good care of civil complaints in advance. With this experience, I went around all the shops for their understanding before construction. Above all, the location of site is in the middle of Apgujeong-dong, so it did not seem to be always enough. A few months ago, I talked with valet parking personnel nearby to get information about neighbours. Based on that, I have acknowledged their understanding with more than twenty boxes of very good fruits. In fact, there is no one that can be persuaded only by fruits. However, even though it’s a bit uncomfortable due to noise and dusts, they try to understand it. There were small problems, but they warmly understood them all over the past week. Even from 6 am, they still tolerate the noise as much as the building collapses. Certainly, we just started so cannot predict the future but I am experiencing with a feeling of playing a tightrope every day.

 

대한민국에서 건물을 지을 때 최대의 난제는 바로 민원이다. 넓은 이해심과 아량만큼 한번 틀어지면 답이 없다.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의 민원을 이기려 한다. 결국 남는 건 없다. 시간과 금전적으로 손해 보는 쪽은 그들이다. 어차피 감정 상하지 않게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게 가장 현명하건만 큰 이득도 없는데 자존심만 내세운다. 왜 내가 지느냐는 식이다. 사실 굳이 질 이유도 없으니까. 그런데 민원은 정말 답이 없어서 한남용 프로젝트 때도 건축주라는 이유로 싹싹 빌어보기도 했다. 번듯한 시공사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파견된 소장님은 회사 대표가 아닌 이상 굳이 자존심을 내놓고서 대화할 생각이 없다. 민원 해결이 주 업무일 수도 있건만 항상 한발 늦게 대처하다 공사 중단이 떨어지기 직전에서야 건축주에게 개입을 요청한다. 이미 때는 한참 늦었는데 말이다. 얼마 전 이웃 건물이 리노베이션을 하는데 씨앤오라는 시공사가 일하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본 일이 있다. 매우 작은 현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 시작 전에 주변에 과일을 돌리고 양해를 구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과할 정도로 죄송하다는 말을 덧붙였다고들 했다. 실제로 공사가 시작되니 먼지도 많이 날리고 주차 등 문제가 너무 많았지만 다들 잘 참아줬다. 별 거 아닐 거 같던 과일 몇 상자와 미리 건낸 양해의 말들이 효과적이었던 거다. 그런데 의외로 민원을 미리 잘 챙겨주는 시공사가 별로 많지 않다. 사단이 나서야 대처하다 모든 일을 맡기고 일임했던 건축주는 봉변당하기 일쑤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주변 모든 샵에 양해를 구하러 다녔다. 무엇보다 위치가 압구정 한복판이다 보니 긴장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몇 달 전부터 주변의 발렛 주차 담당자들과 대화를 하며 이웃분들의 정보를 미리 얻었다. 그걸 토대로 스무 상자 이상의 최상급 과일 박스와 함께 일일이 양해의 말씀을 올렸다. 사실 과일로 설득되실 분은 세상에 없다. 하지만 미리 말씀을 드린다는 사실에 조금 불편해도 이해해주시는 걸 몸소 경험하고 있다. 작은 문제들은 있었지만 지난 일주일 모두 따뜻하게 이해해주셨다. 새벽 6시부터 건물이 무너지는 것 같은 소음에도 잘 참아주고 계시는 걸 보면 말이다. 물론 앞으로가 더 문제겠지만 하루하루 외줄타기를 하는 심정으로 지켜보는 중이다.

30.01.2020

-

Shinsa-dong Blues Project on site

The Sinsa-dong Blues Project is the second project that combines both the developer and the architect. Even this time we even served as a contractor. The location is near Dosan Park in Sinsa-dong. When I was a child, my parents had a difficult time with a bad investment yet by purchasing this house, we could recover from it. It was due to my stubbornness that my mother made up her mind of buying it. If I didn’t move near the school, I would stay home. But if it wasn’t hard at that time, my family might still be in war. Anyway, I lived here for three years in high school, one year for priests, and four years for college. When I first moved, it was a quiet residential area where there were only two-story quails built in the 70’s. It is a common phenomenon now, but it was a surprise at the time. This was because Gangnam had a commercial area comparable to Myeong-dong and Jongno, which had remained unchanged for almost 90 years since the Japanese colonial rule. That was Apgujeong-dong. In the early 1990s, the cafes gradually showed signs of change, and in 1990, when Seo Tai-ji and karaoke appeared, a student number appeared in the 90s in earnest and developed into a new business district. Apgujeong, which first appeared, was so incredible to the eyes of older generations that it was even a place of great concern. Criticism was always on the horizon, as they had to witness sights that previous generations had not experienced, such as new fashion represented by the oranges, open culture and extravagant consumption.

 

신사동 블루스는 한남용 프로젝트에 이어 건축가이자 디벨로퍼로서 참여하는 두 번째 프로젝트다. 이번엔 심지어 시공사의 역할까지 겸하게 되었다. 위치는 압구정동 그러니까 도산공원 근처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사기를 당하셔서 큰 시련이 온 적이 있었는데 거의 3 년 만에 비로소 이 집에서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여전히 어려웠던 시절에 근처 고등학교에 배정받았던 철없는 내가 학교 근처로 이사오지 않으면 하숙이라도 하겠다고 엄포를 놓아버렸고 자식에 약하기만 하셨던 어머니께서 엄청난 빚을 지고 이 집을 매입하셨다. 그런데 만일 그때 무리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가족은 아직까지도 전세를 전전하고 다닐지 모를 일이다. 어쨌든 이곳에서 90년대 고등학교 3년과 제수 1년, 대학교 4년, 그리고 대우건설에 다니던 3년 내내 살았다. 처음 이사 왔을 땐 70 년대 지어진 2 층짜리 양옥들만 있던 조용한 동네였는데 소위 주변이 뜨니까 덩달아 상업 지역이 되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지금은 조용한 동네가 핫한 거리로 바뀌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당시엔 큰 사건이었다. 일제시대부터 거의 90 년간 거의 변하지 않고 중심 상업지인 명동과 종로와 견줄만한 상권이 강남에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그곳이 바로 압구정동이다. 90 년대 초반 조금씩 늘어가는 카페들로 변화의 조짐을 보이더니 서태지와 노래방이 등장했던 92 년에 90 년대 학번이 본격적으로 전면에 등장하면서 새로운 상권으로 발전했다. 처음 등장한 압구정은 기성세대의 눈으로는 너무 놀라워서 심지어 매우 걱정스러운 곳이었다. 오렌지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패션, 개방된 문화, 사치스런 소비 등 그 이전 세대가 경험하지 못했던 광경을 목격해야 했기에 항상 비판이 끊이지 않은 곳이었다. 이곳에 지상 5층, 지하 1층, 총 연면적 140 평 규모로 상업건물을 짓게 되었다. 한남동 프로젝트를 끝냈던 2016년부터 계획했으니 벌써 4 년이 되었다. 2017년에 허가를 받고 세입자를 내보내기까지 길고 긴 과정이었는데 신축에는 얼마나 걸릴 지 모를 일이다.